월요기획-송도 센트럴파크 영업장소 전락
공원부지 내 고급 호텔·대형 식당 '사기업 채우기' 급급
점심시간 불법주차 만연 … 전통문화체험장 공공성 퇴색
공원부지 내 고급 호텔·대형 식당 '사기업 채우기' 급급
점심시간 불법주차 만연 … 전통문화체험장 공공성 퇴색
지난달 31일 송도 센트럴파크. 지하철역 4번 출구에서 나와 센트럴파크 호텔 방향으로 걷다보면 최근 숱한 의혹을 부르고 있는 한옥마을이 나타난다.
전체 면적 2만8005㎡ 중 절반을 차지하는 '경원재 호텔'과 '경원루'에서는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모두 S사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S사는 지난 2013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경원재와 경원루를 위탁 운용하는 계약을 맺었다. S사는 이후 영업 이익률에 따라 인천경제청으로부터 '성과수수료'를 받는다.
반대편은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인 Y사가 운영하는 대형식당이 들어서 있다. 대지 면적은 1만2565㎡에 달한다. 식당 4곳이 이 곳에 밀집해 있다. 식당 옆 커피전문점에는 한옥마을 분위기와 동떨어진 영어간판이 달려있다. 중앙 공터에는 전통문화라는 구색을 맞추려는 듯 윷놀이, 고리던지기, 투호놀이를 위한 민속놀이 기구들이 널려 있었다.
이날 점심시간 식당 주변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식당 앞 주차공간이 지나치게 좁다보니 도로변 불법주차가 만연한 것이다. 식당 측은 최근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센트럴파크 지하주차장을 이용하기로 했지만, 도로를 주차장처럼 쓰는 행태는 여전했다.
호텔과 식당이 들어선 장소는 엄연한 공원 땅이다. 공공성을 담보해야 할 공간이 사기업의 영업공간으로 추락한 시점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신세계에 청라 교외쇼핑몰 부지를 500억 원 싸게 넘기는 대신, 전통한옥 20채로 이뤄진 한옥마을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때만 해도 외국인이 몰리는 송도에 우리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만든다는 명분이 있었다. 전주 한옥마을처럼 저렴한 가격에 사람들이 묵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전통문화체험장에서 각종 공연이나 행사를 치를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3~2014년 각종 계약이 체결되면서 이러한 취지는 어느 샌가 사라지고 호텔은 특정 기업이, 전통문화체험장은 대형 식당이 차지한 상태다.
공원은 과거부터 도심 환경을 좌우하는 잣대이자 도시계획이 공공성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처럼 여겨져 왔다. 과거 인천시청 근처 중앙공원에 상업시설을 넣자는 의견이 제기되자, 최기선 전 인천시장이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했다는 일화가 공직사회를 통해 전해질 정도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공원인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도 시와 비영리 단체인 '센트럴파크 관리위원회(the Central Park Conservancy)가 공공성에 초점을 두고 관리에 매진하고 있다.
인천시의회는 지난해부터 한옥마을을 시민에게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의회 정창일(새·연수 1) 의원과 유제홍(새·부평 2) 의원은 오는 9일부터 한옥마을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현재 감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감사 결과가 나오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식당을 운영하는 Y사 관계자는 "언론대응 부서가 없다"라며 "윗분에게 물어보고 연락을 주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Y사는 지난달 30일부터 현재까지 연락을 주지 않고 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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