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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만 해도 전파는 고공 행진만 했다. TV를 제외하면 선박 무선이나 군사용 레이다 등에나 쓰여 일반 국민은 단파, 중파, 장파, 극초단파 등 전파에 신경 쓸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휴대전화가 보급되자 누구나 전파 사용료를 내게 되면서 그 가치에 주목하게 됐다. ▶통신 3사의 연간 매출액이 51조 5853억 원(2014년)이라는 데도 놀랐지만, 값비싼 휴대전화 사용료와 함께 지상파 방송 3사가 전파를 독점적으로 사용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그도 모자라 '광고 총량재', '황금주파수 몰아주기' 등을 하는 걸 보면서 의문을 갖게 됐다. ▶더불어 전파가 땅 짚고 헤엄치며 큰돈 버는 자산이 분명한데, 어째서 정부가 면허권 행사를 배타적으로 틀어쥐고 있느냐도 주목의 대상이 될밖에 없었다. 그동안 전파 사용 면허라는 생사여탈권 때문에 그 분배의 문제를 마치 불가침 성역인 양 여겨왔던 것도 기이하다. ▶그러나 이는 전파(電波)가 온 국민이 당연히 공유해야 하는 공공자산이라는 점을 간과한 전근대적 발상에서 나온 후진적인 모습이다. 인구 294만명의 대도시임에도 FM 방송 2곳, 제한적인 UHF 채널 1곳을 보유한 인천은 방송통신 융합시대의 캄캄한 사각지대인 셈이다. ▶방송이 "광고 시장의 크기에 의존하기에 허가에 한계가 있다"는 독점을 위한 상투적 이유는 이미 지난 시대의 변이다. 현재 미국에는 1만2천 개의 FM국이 있고, 대도시에는 대개 200국 정도가 있는데 컨트리 음악방송 등 프로그램을 세분화한 시장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청취할 수 있다. ▶KBS, MBC, SBS 같이 지방 총국을 두고 있는 지상파가 사용하는 전파 이외의 전파를 '희소 자원'이라며 야박하게 할당하는 현 제도나 전파를 국민 복리를 위해 효율적으로 배분하라는 사명을 띠고 있는 방통위의 갈지자 횡보는 벌써부터 논란거리였다. ▶정부가 면허권을 무기로 방송에 개입하는 지금과 같은 방송법은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위헌적 측면이 있다. 세계 각국 도시에 무수한 방송국이 생겨나고 있는 판에 국내 지상파의 기득권을 옹호하려는 정책은 이 정부의 또다른 역풍이 되리라 전망된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