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학 박사
한류는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 각각 중국과 일본에 방영된 한국 드라마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중국과 일본에서 시작한 한류는 아시아 각지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그 영역을 더 넓혀 갔다. 그 결과 최근에는 K-pop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중남미에서 인기를 끌게 되었고 K-pop 팬들은 다른 한국 문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에 비해, 영화한류 즉, 한국영화의 해외소비는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지니는 관객접근성의 제한으로 인해서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몇 한국 영화는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끌었었다.
2007년 3월 <한강괴물>이라는 이름으로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2006년 작품<괴물>은 2007년 중국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중국 내 까다로운 검열제도, 해외영화 수입 쿼터제 같은 높은 진입 장벽과 불법 DVD시장의 활성화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영화 <괴물>의 흥행 성공은 여러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 하는바가 크다. 이후, <해운대>(2009), <만추>(2010), <제7광구>(2011), <도둑들>(2012), <미스터 고>(2013), <명량>(2014)등이 중국 시장에서 흥행을 거두었지만 시기적으로 영화 <괴물>의 중국 내 흥행은 다른 영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악조건 속에서 이루어낸 쾌거"라 할 수 있겠다. 영화<괴물>의 중국시장에서 흥행은 두 가지로 분석 할 수 있는데 형식적인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코미디 장르가 가미 된 블랙코미디라는 점과 내용적인 측면에서 볼 때, 유교적인 가족애를 다룬 점이다. 많은 독자들이 아시겠지만 이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연구원들에 의해 독극물이 한강에 방류되고 한강에 서식하던 물고기 한 마리가 괴물로 변해버린다. 이 괴물은 한강변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박강두(송강호)의 딸 현서(고아성)를 잡아간다. 몇 일 후 박강두는 죽었다고 생각한 현서로부터 전화를 받고 현서의 삼촌 남일(박해일), 고모 남주(배두나) 그리고 할아버지(변희봉)과 함께 현서를 찾아 나선다. 가족들이 현서를 찾던 도중, 할아버지는 괴물에 의해 희생당한다. 남일은 현서의 휴대폰 추적을 통해 원효대교 근처에 현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남주와 강두는 그 곳으로 모인다. 원효대교에서 괴물과 맞닥뜨린 가족들은 알콜 폭탄, 화살 그리고 쇠꼬챙이를 통해 괴물을 쓰러뜨린다. 괴물의 입에서 이미 죽은 현서와 함께 하수구에 갇혀 있었던 꼬마 아이를 꺼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눈 오는 어느 날, 강두의 매점에서 강두와 그 꼬마 아이가 함께 밥을 먹는다.

필자는 2012년 논문을 쓰기 위해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반 영화 관람양태와 한국영화 관람양태를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조사하였다. 필자가 조사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중국인들은 액션과 코미디 요소가 들어간 스케일이 큰 대작의 영화를 좋아하는 취향을 가졌다. 이것은 한국영화를 선택하는 데 있어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데 앞에서 언급한 중국 내 흥행한 한국 영화들을 살펴보면 이 같은 경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인터뷰 했던 한 중국인 유학생은 영화<괴물>에서 나온 괴물의 크기가 "본인의 예상 보다 작아서 조금 실망했다" 라고 이야기 한 것 또한 중국인들의 영화 장르 선택의 취향을 보여준 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중국 유학생은 영화<괴물>이 좋았던 부분 중 하나가 유교적 정서인 가족애를 다루었던 것이라고 인터뷰 했다. 현서를 구하기 위한 가족들의 사투와 마지막 장면에 보여 준 대안 가족의 장면은 중국인들의 문화코드를 제대로 건드렸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이 영화에 나오는 반미감정 또한 영화<괴물>의 중국 시장 내 흥행 요소로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 영화가 다른 나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측면과 내용적인 측면에서 그 나라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내국인들을 대상으로 만드는 영화에서 특정 국가 또는 권역의 문화코드를 염두 해 두고 제작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영화의 세계적 향유 가능성을 확대하고자 한다면 인류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 문화코드의 소재를 이용하여 잘 구성 된 영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문화다양성 측면에서 바라 볼 때에는 바람직하지 못하게 보일 수 있지만 문화 혼종성과 연계시켜 생각을 한다면 더 큰 의미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성을 가속화 시키는 것은 매체융합이다. 이러한 디지털 환경의 변화를 잘 인지하고 이용한다면 한국영화도 한류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