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간 주안 이주의 개봉작 - 트라이브]
청각장애 청소년의 사랑·증오 이야기
2014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 및 3관왕을 석권하고 전세계 30여개국의 우수 영화제를 휩쓴 화제작 '트라이브'가 개봉했다.

기숙 학교에서 만난 소년과 소녀가 학교를 휘어잡고 있는 조직(The Tribe) 안에서 겪게 되는 사랑과 증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트라이브'.

영화에는 등장인물들의 의사소통이 모두 수화로 이뤄진다. 대사·자막·음악도 없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수위 높은 노출과 폭력 장면을 소화한 배우들이 실제 청각 장애를 지닌 비전문 연기자라는 것.

청각장애 배우들은 음성 언어로 대사를 전달하지 않지만 강렬하고 표현력 넘치는 움직임을 통해 관객들에게 그들이 서로 주고 받는 '말'이 무엇인지 대부분 이해시켜준다.

배경음악이 없다보니 옷깃이 스치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는 비주얼적인 영화 속 장면을 극대화시켜준다.

영화는 '세르게이'라는 소년이 청각 장애인 학교로 전학가는 장면으로 시작, 청각 장애인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생님들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은 모두 수화로 의사소통을 한다. 매우 좋은 환경의 학교처럼 보이지만 '청각 장애'라는 특징을 제외하면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역시 여타 사춘기를 겪는 학생들과 다른 점이 없다.

어른들은 모두 사라지고 학교를 장악하고 있는 조직을 중심으로 잔인한 청소년들의 세계가 펼쳐지고 '세르게이'가 소외되고 괴롭힘을 당하는 시기를 거쳐 조직의 일원이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영화는 수화가 얼마나 격렬한 표현력이 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 어떤 등장인물이 분노, 경멸, 즐거움을 느끼면 그 몸짓의 의미뿐만 아니라 그 인물의 성격까지도 알 수 있게 한다.

미로슬라브 슬라보슈비츠키 감독은 "청소년들은 사랑, 증오, 분노, 화, 절망이라는 강렬하고 순수한 감정들을 갖고 있으며 특히 이런 감정에 더욱 예민하고 강렬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들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말이 필요없었다"며 "이 영화를 통해 '사랑' 그리고 청소년들이 어른의 삶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라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