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단일후보 추대 방식' 이젠 바뀌어야
선거흥행 … 회원사에 리더십 발휘·공감대 형성
현안 공론·해법 모색 … 회장교체로 새판짜기를

지역 상공계의 수장을 뽑는 인천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는 3월 중순인데, 열기는 이미 끓는점에 가까워졌다. 이 열기는 새로운 회장이 정해지는 선거까지 이어지지 않고, 그 직전에 싸늘하게 식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신임 회장이 정해지는 인천상의 의원총회는 3월12일로, 아직 선거 일정이 남아 있어 공식 출마를 선언한 이들은 아직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21대 김광식 회장 임기 막바지에 오자 여러 기업인 이름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 거론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출마하겠다"란 말만 없을 뿐이지 후보 간 선거전은 벌써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상의 회장 선거권이 있는 신임 상의 의원 선거는 2월27일로 예정돼 있는데, 자기편 사람으로 뽑기 위한 경쟁도 잠행 중이다.

의아한 것은 이처럼 회장 선거 몇 달 전부터 "누가 누굴 밀어준다더라", "누가 나오고 싶어한다더라" 등의 잡음이 무성해도 매번 인천상의 회장 선거 땐 경선은 없고, 단일 후보 형식으로 마무리 됐다는 점이다.

지난 12일 인천상의 신년 간담회 자리에서 김광식 회장은 오는 3월에 있을 회장 선거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전통적으로 인천상의 회장 선거는 추대 형식으로 이뤄졌다"며 "지역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기업인들끼리 경선을 통해 경합하면 분란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를 이유로 들었다.

이처럼 인천상의 회장 선거는 예전부터 의원총회 전 후보들이 만나 단일 후보를 결정하며 마무리진 게 보통이다. 단일 후보가 나올 경우 의원총회 때 만장일치가 아니면 찬반투표를 하는데, 거의 단일 후보가 회장으로 이어졌다.

인천상의 관계자는 "신임 회장으로 여러 후보가 물망에 올라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면서도 선거 전, 후보나 측근들이 만나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 대표자를 뽑는 쪽을 택했다"며 "부산이나 수원 등과 같이 경선을 벌이며 지역 경제에 이슈가 되기보다는 좋은 쪽으로 조용히 끝내고자 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좋은 게 좋다' 식의 소극적인 인천상의 회장 선거 분위기 때문에 선거가 흥행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회장 교체로 인한 분위기 쇄신도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침체가 우려되는 지역 경제를 위해 상의가 중심이 돼 해결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후보끼리 정책 토론도 하고 때론 경합도 벌어야 하는데, 선거의 소극적 분위기 때문에 이런 판 자체가 깔리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인천과 비슷한 경제 규모를 지닌 부산의 경우 3년마다 치러지는 회장선거가 치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인천 주변 수원, 멀리 광주까지 상의 회장 자리를 놓고 각 지역 기업인들이 경쟁하는 게 보편적이다.

특히 김광식 회장이 다음 회장으로 추대되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선 회장 선거가 더욱 치열해야 하는데도, 공론화할 때 생기는 분란이 무서워 회장 후보 간 경쟁은 음지화 되고 있다.
인천상의 노동조합 한 관계자는 "지역 회원사에게 리더십을 발휘하고 공감대를 얻으려면 인천 경제규모와 걸맞게 중견기업 이상의 존경받는 기업인이 수장을 역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선거부터 흥행해야 한다"며 "특히 지역 경제가 지금과 같이 침체기에 있을 땐 상의 회원사는 물론, 지역 상공인 앞에서 후보끼리 정책을 토론하는 대결 분위기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