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7회
파리에서 일할 때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프랑스 친지들과 풍자적 재담을 들을 때였다. 몽마르트 거리와 보나파르트가에 있는 전통 있는 재담가 식당은 항상 손님들로 만원을 이룬다. 샴페인이나 포도주를 들거나 식사를 하면서 재담가들의 풍자를 들으면서 박장대소를 하지만 핵심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역시 외국인이라는 자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풍자의 대상으로는 대통령이 항상 주인공이 된다. 그러나 정치인들뿐 아니라 기업인, 예술가, 영화배우, 스포츠맨 등 프랑스 사회의 각계에서 이름난 사람들도 재담가의 단골손님이 다. 파리에서의 생활이 몇 년 지난 후 프랑스어 수준도 어느 정도 되었을 때도 풍자재담가들의 익살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게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드골 대통령이 사임한 후 대통령에 당선된 퐁피두 대통령의 부인 클로드 여사가 당시 농업장관으로 있다가 파리시장과 수상을 거쳐서 대통령이 된 자크·시락을 귀여워한다는 내용의 풍자는 일품이었다. 클로드 여사의 음성을 흉내 내면서 젊은 장관을 몽·갸르송(나의 젊은이)이라고 속삭이면서 정담을 나누는 장면을 듣고 보고 있을 때는 우리나라가 삼엄한 유신체제하에 있을 때였다. 제아무리 언론의 자유와 함께 풍자의 자유가 있는 나라라고 해도 지나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장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편집간부들이 떼죽음을 당한 '샤를리 에브도' 사건이 터졌을 때 공교롭게도 필자는 파리에 있었다. 프랑스 혁명을 기념하는 여신상이 우뚝 서있는 레퓌블리크(공화국) 광장 부근에 자리 잡은 '샤를리' 편집국 부근은 무장경찰의 삼엄한 경비가 계속되고 있어서 근접하지는 못했지만 그날 광장에 모여 '언론자유'와 '샤를리 애도'를 외치며 행진하는 수백만 프랑스 시민들을 보면 풍자의 자유 역시 수호해야 할 프랑스적 가치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권위지로 인정받고 있는 뉴욕·타임스의 덴·베케이 편집인은 "불필요한 모욕과 풍자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오랫동안 지켜온 원칙이 있다"면서 "이번 만평은 무함마드에 대한 불필요한 모욕"이라고 했다. 프랑스와 미국 언론의 극명한 시각차이며 가치 판단으로 느껴졌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