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창작센터와 예술가들 - 오십개의 방 오만가지 이야기]
4)대부도 오래된 집 프로젝트 - 조전환·최경자 작가를 만나다
▲ 조전환(오른쪽) 작가와 최경자 작가가 "대부도 오래된 집 프로젝트는 주민참여의 장을 마련해 주고 마을의 환경 개선과 지역 디자인을 염두에 둔 프로그램"이라며 "대부도 한옥의 DNA를 찾아 주민들에게 현대에 맞는 건축양식 모델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재훈 작가
▲ 대부도의 대표적인 한옥 형태인 '튼 ㅁ자'형 집 외관
▲ 한옥 내부 전경
▲ 대부도주민생활사전시관
▲ 부엌 모습
2012년 '꿈꾸는 한옥, 꿈꾸는 섬마을' 프로그램 시작
주민과 함께 고택 답사 진행 '어르신들 기억 큰 도움
기능아닌 감각성 집중 … 올 문화체험공간 활용 계획

집에는 개인의 삶은 물론 그 지역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문화적 유전자, 밈(meme)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경기창작센터의 '대부도 오래된집 프로젝트'는 마을에 남아있는 한옥을 조사해 현재 적용 가능한 형태로 재구성, 지역에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역 디자인의 건축요소인 한옥을 현재의 주거문화에 맞게 다시 디자인하는 작업이다. 라져가는 건축문화 속에 담겨진 DNA를 찾고 보존하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5명으로 꾸려진 팀원들은 주기적인 답사와 평가, 논의를 거쳐 작가별로 개별작업을 진행했다. 조전환 작가가 실측과 모델링을, 주민대표 김종선 회장이 지역해설사 연계 프로그램 구축을, 이윤기 작가가 감성적·비가시적 이야기 드로잉을, 손민아 작가가 사진기록과 생활용품 수집을, 자우녕 작가가 폐가 이야기 수집·복원의 역할을 맡았다. 2013년에는 조사에 이어 자료집을 발간했으며, 지난해에는 현재의 주거방식에 대한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고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이어 올해에는 마을 공동체의 물리적 환경인 예술가 한옥마을 조성 등을 제안할 계획이다.

대부도 오래된집 프로젝트 팀에서 일하고 있는 한옥의 현대화를 고민하는 조전환(47) 작가와 최경자(41) 작가를 경기창작센터에서 만났다.

Q. 대부도 집의 DNA는.
A. 감각적으로 말한다면, 대부도 집은 작지만 그 안에 있어야 할 것은 다 있고, 비례도 좋다. 창문이나 창살을 봐도 그렇고, 문얼굴 안에서 문의 위치를 봐도 그렇다. 멀리있든지 가까이든지 자연적 완결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좋아하는 비례(1대 1.618의 황금비 등)들은 자연에서 나온다. 대부도의 집들은 자기 완결성을 가지고 하나의 생명체처럼 자기증식을 해 왔다. 그러기에 그 당시의 문화적 유전자를 품고 있다.
대부도의 한옥은 대부분 중부지방에서 보이는 '튼 ㅁ자'형이다. 간혹 보이는 '완전한 ㅁ자'형태도 생활편의를 위해 모퉁이를 사용하게 되면서 지붕을 얹은 것으로, 닫혀 있지만 마당에서 마당으로 열리고 이어지는 배치 구조다. 경북지역에서 주로 보이는 폐쇄적인 배치와는 다르다.
재미있는 것은 강화도나 경기도 서해 도서지방에서 보이는 대문채의 특징이다. 즉, 건물이 길에 접해 있고 대문간 옆 사랑방에 툇마루를 뒀다. 여기서 길 가는 동네사람들이 걸터앉아 얘기를 하다가, 거기서 신발을 벗고 사랑방으로 곧장 들어갈 수도 있는 구조다.
그러기에 대문이 굳건히 닫혀 있어도 집은 그러한 장치로 길과 마을로 열려있다. 여기서 대부도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을 엿볼 수 있다. 또 본채에 상량문을 쓰기도 하지만 대문채에도 상량을 한 경우가 많은데, 대문채에 새가 새집을 지어도 새집을 훼손하지 않고 나무판으로 배설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가려줄 뿐이다. 새를 복을 날라다 주는 전달자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부도의 집에는 마을 사람들이 자연과 공존하는 공통된 정서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Q. 집은 스토리를 담는 그릇이고, 마음에 짓는다고 했는데.
A. 땅에도 짓고 마음에도 짓는다. 목수가 아무리 잘 지어도 집주인이 좋은 집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면 그 집은 의미를 잃는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땅보다 마음에 더 먼저 주춧돌을 놓는다. 또 집주인의 마음에 기둥을 세우고 나서, 땅에 기둥을 세운다. 대들보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집과 땅의 집이 같이 자라야만 서로 대화하고 그리워하면서 오래 서 있는 것이다. 집주인의 집에 대한 철학이 바로 서야 하고, 그것이 목수와 잘 맞을 때 참 희열을 느낀다. 지금 짓고 있는 집에는 집주인이 그동안 살아온 삶이 투영돼 있고, 미래의 욕망이 표출돼 있는 곳이다. 그래서 '집은 집주인을 닮는다'고 말한다.

Q. 전통 한옥의 현대화 방안은.
A. 개인적으로 한옥짓는 목수로서 한옥에 대한 얘기를 한다면 '나무'에 대한 문제다. 지구 환경이 바뀌어도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나무의 힘이 크다. 바로 그 생명의 근본적인 힘인 나무로 자신의 집을 짓는 것은 행운이다. 나무를 다루고, 그 어떤 쓰임새를 만들고, 그 역사에 담겨진 형식들을 다듬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현대화 방안은 그동안 기능적인 면을 고민했다면, 요즘에는 감각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비례의 경우, 그것이 위협적인지, 편안한지를 현대에 사는 사람들의 감각체계와의 연결 지점들을 바라보면서 현대화시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조선시대 양택론처럼, 현대 양택론의 개념적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Q. 오래된집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는.
A.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져가는 아름다운 집들을 보고서, 이를 아카이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구체적인 대안은 없으나 언젠가는 새로운 틀을 만들 것이다. 물론 주민 참여와 협력없이는 어려운 작업이다.
'집'은 우선 추위·더위·맹수 등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만든 물리적 환경을 말한다. 여기에 '가문'이나 '가정'을 '누구네 집'이라고 하듯이 켜켜이 쌓인 세월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기에 단기적이고 표피적인 접근으로는 그 집의 내력을 파악할 수 없다. 집이든 마음이든 문을 열어주어야 들어가 볼 수 있고, 얘기를 전해들을 수 있는 것이다. 토박이와 외지인, 관광객 등이 혼재한 대부도에서 마을 주민들이 마음을 열어준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집과 한옥, 공동체, 마을에 대한 고민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실현하고 있으며, 주민 삶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는데.
A. 2012년에 '꿈꾸는 한옥, 꿈꾸는 섬마을'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처음 시작했다. 2013년에는 입주작가, 경기창작센터 직원, 대부도 주민 등이 매주 월요일 정기 답사를 하고, 전문가 워크숍을 통해 의미와 방향을 모색했다. 주민 자치 조직에서도 뜻을 같이하는 등 주민들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어 2014년에는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집'을 끄집어 내는 일에 집중했다. 매주 화요일 아침, 위성지도에서 확인되는 집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10시쯤 경로당에 들러 어르신들을 만났다.
이러한 작업은 놀랍게도 뒷날 다른 작업을 할 때 큰 도움이 됐다. 대부도주민생활사전시관을 조성하는 원천이었고, 동네 쓰레기장처럼 버려진 학교 앞 짜투리 땅을 옛 대부도의 이야기와 소망을 담은 소공원 '소원'을 만들 수 있었다. 또 주민주도의 '대부도 옛길 해설지도'를 '대부도 옛이야기 지도'로 재구성해 대부도내 학교에 설치 할 수도 있었다. 이것은 단기적인 만남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고, 좀 더 구체적인 작업은 시간이 더 필요할 듯 싶다.

Q. 기억속의 집, 현재의 집, 미래의 집은.
A. 오래된 집을 답사하다가 발견한 집들이 원형을 간직하지 못한 채 대부분 변형·소실됐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시작한 것이 '기억 속의 집'이다. 대부도에서 30년 이상 살고 있는 주민(남3리 위주)들이 그려낸 집에서 집의 원형을 찾아내고, 삶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을 이끌어내는 작업이다.
'현재의 집'은 아카이빙의 연속 작업이다. 사진과 2D도면, 3D모델링으로 데이터를 남겼다. 거주자나 주변인을 인터뷰해서 집의 역사를 찾아가고 이야기를 녹취했다. 인터넷 위성지도를 보고 대부도의 전형적인 배치형태인 '튼 ㅁ자'를 중점 조사했다. '미래의 집'은 대부도의 DNA이자 총체라고 할 수 있는 집에서 감성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미래에 살려낼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Q. 앞으로 계획은.
A. 올해는 대부도 오래된 집 시범사업으로 대부도의 전형을 잘 나타내는 오래된 집을 빌려 대부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보고 싶다. 집주인이 전해 주는 집의 역사, 대부도 로컬푸드, 대부도 옛이야기, 전시, 투어 등 오래된 집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이다. 또한 대부도 주민이 주축이 된 클럽을 만들어 주민협정마을경관디자인작업을 해나갈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경기연안의 오래된집 네트워크를 구축해 보고 싶다. 그것은 경기연안문화를 아우르는 일이다.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