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금빛평생교육봉사단 자문위원
대학에 성인단과대학 또는 성인평생학부가 설치된다. 교육부는 지난 22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5년도 업무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대학의 학과통폐합 등 정원감축 구조개혁을 통해 결손하게 되는 입학정원의 30~50% 정도를 성인평생학습 단과대학(학부)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평생교육 분야가 정식 대학으로 제도화 될 전망이다. 성인학습 프로그램이 공과대학, 경영대학, 문과대학 등과 대등하게 단과대학 편제로 흡수되는 것이다.
현재 전국 238개 대학(전문대학 포함)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점은행제는 3년마다 교육부의 평가인증을 거쳐야 한다. 앞으로 학점은행제 평가인증도 평생교육원이 아니라 단과대학 수준의 성인학습 대학을 설치하는 대학만 인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70년대 중반에 대학교육의 보편화가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취학률은 80년대 들어와 급속히 팽창했다. 1980년 11.1%로 엘리트단계(대학적령인구취학율 15% 이내)의 특징을 보였던 대학교육인구는 85년 22.4%로 대중화단계(15~50%)를 거쳐 2000년 49.7%로 보편화단계(50% 이상)에 진입하게 됐다.
지난 6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학력(學歷과 學力) 지표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5~64세의 전문대학 이상 고등교육 경험자는 2012년 41.7%로 OECD 34개 회원국 평균 32.6%보다 10%p 가까이 많아 캐나다(52.5%) 일본(46.6%) 이스라엘(46.4%) 미국(43.0%)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학령인구가 급속히 증가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등교육의 보편화 현상을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 10여 년 동안 청년층(25~34세) 고학력자가 65.7%로 2배 정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중고령층(55~64세) 고학력자 비율은 13.5%로서 OECD 회원국(평균 24.2%) 중 최하위였다.
이와 같이 중고령 세대와 청년세대 간의 고등교육 격차가 심화됨에 따라 학력과 사회적 지위의 불균형이 세대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청년층은 저학력 중고령 상급자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됐으며, 자녀 세대에 대한 교육열을 불태웠던 대다수의 중고령 세대들은 과거 경제적 이유 등으로 고등교육의 기회를 상실하기도 했다. 고등교육에서 소외됐던 이들의 대학개방에 대한 요구는 높게 나타나고 있다. 대학 평생교육을 내실화하고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이 개발, 제공되어야 한다. 오늘날 열린 학습, 평생학습사회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평생교육 성과는 미흡하다.
반면에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관 등은 문화예술, 레저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탁월한 시설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평생학습도시 선정에 몰입하고, 지역 평생학습을 담당할 행복학습매니저를 양성하는가 하면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한 학습 공동체 활동을 확산하고 있다.
대학은 평생학습사회에서 고등교육의 역할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교육부가 시도했던 엘더호스텔(Elderhostel) 프로그램은 대학 인프라를 활용할 수 없는 장벽에 가로막혔었다. 아직 U3A(노인대학) 프로그램을 도입한 대학도 없다. 명예대학생 제도도 몇몇 대학에서 존립의 가치를 가늠할 정도다. 대학개방에 따른 대학의 강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중한 논의도 인색했다.
대학개방은 대학의 시설과 교과과정(강의)을 지역사회에 개방하는 사업이다. 교육은 인생의 모든 시기에 걸쳐 일생 동안 이루어져야 한다는 평생교육의 이념에서 대학개방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늘어나는 여가시간을 수준 높은 대학의 교양교육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지식의 수명이 짧아지고 급속한 기술혁신에 대응할 최적의 교육기관이 대학이다. 고등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교육민주화의 이념에서도 대학은 개방되어야 한다.
성인단과대학으로 개편될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기능의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개할 수 있으며, 평생교육 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전문가를 발굴하고 배치해야 한다.
오는 5월, 우리나라는 인간의 삶과 평생학습에 기여해온 UNESCO의 요청에 따라 195개 회원국 대표와 UN, 국제기구 관계자 등 1500여 명이 참석하는 '2015 세계교육포럼'을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한다. 포럼 목표는 '2030년까지 모두를 위한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양질의 교육 및 평생학습 보장'이다.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할 대학개방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