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훈母 행사장 앞 1인시위
시작 직후 방해된다며 냉대
저녁시간 넘길 때까지 진행
관계자·방문객 무관심 일관
▲ 최근 국제복싱연맹(AIBA)과의 계약 분쟁으로 선수생명 중단 위기를 겪고 있는 신종훈의 어머니 엄미자씨가 22일 서울 청담동 GS타워에서 열린 '2014 복싱인의 밤' 행사장 앞에서 아들의 구명을 호소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밖에서 시위 중인 신종훈의 어머니를 외면한채 대한복싱협회가 복싱인의 밤 행사를 열고 있다.
한 선수의 어머니가 울부짖었다.

울음은 바로 코 앞인 복싱 100주년 기념 '2014 복싱인의 밤' 축제장까지 닿지 않았다.

추운 겨울, 한 사람의 가슴은 차갑게 무너졌고 그를 그렇게 방치한 조직은 흥겨웠다.

22일 오후 5시 서울 청담동 GS타워에서 2014 복싱인의 밤 행사가 열려 장윤석 대한복싱협회 회장을 비롯해 약 400명의 복싱인이 참석했다.

같은 시간 국제복싱연맹(AIBA)과의 계약 분쟁으로 선수생명 중단의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안게임 복싱 금메달리스트 신종훈(인천시청)의 어머니 엄미자(47)씨는 행사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쳤다.

엄씨는 오후 2시부터 행사장을 찾아 눈물로 호소했다.

찬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신종훈을 살려줄 것을 부탁했다.

얼마 후 오후 2시40분, 엄씨는 한 무리의 남자들로부터 "방해가 되니 비켜달라"는 말을 듣었다.

겨울 바람만큼이나 차가운 냉대.

엄씨는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있습니까. 우리아들을 살려주세요"라며 흐느꼈다.

따뜻한 축제 속에서 엄씨의 찬 입김을 나눌 사람은 없었다.

엄씨가 오른손에 든 사진 속 신종훈은 지난 인천AG에서 금메달을 딴 후 태극기를 들고 자랑스럽게 웃고 있었다.

사진을 든 어머니의 울음은 커져만 갔다.

행사가 시작하니 점입가경이었다.

복싱인의 밤 행사가 시작되고 장윤석 회장은 "인천AG 성공의 분위기를 이어나가자"면서도 "그렇기 위해선 복싱인들의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극히 일부 자신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구태를 보이는 모습이 보인다"며 '누군가'를 비판했다.

이어 "공정한 판정과 깨끗한 승복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엄씨의 투쟁은 저녁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까지 계속됐다.

행사장을 찾은 일부 사람들은 "인천가서 이야기하시라"며 엄씨를 외면했다.

12년 만에 한국에 금메달을 안긴 복싱선수는 그들로부터 철저하게 지워졌고, 억울함을 호소하던 그 어머니도 끝끝내 외면당했다.

/서울=글·사진 김근영기자 kky8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