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시선] 강을 타는 사람들
북한 굶주린 현실 생생한 묘사 … 탈북난민 행적 좇는 팩션소설
▲ <강을 타는 사람들> 유영갑 지음 북인 256쪽, 1만2000원

2014년 현재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은 약 2만7000여명. 해마다 평균 1500여명이 생사를 걸고 남한으로 입국한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 나빠진 1990년대 중반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를 지나고 북한 주민들의 탈북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지역에도 약 2300여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경기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북한이탈주민이 살고 있는 셈이다.

북한주민들의 탈북이 늘어나며 북한 정부는 탈북을 막기 위한 감시와 통제를 나날이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식량난이 계속되며 인권을 탄압하는 공포정치가 계속되고 있는 한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널 것이다.

신간 <강을 타는 사람들>은 탈북난민들의 행적을 따라간 팩션소설이다.

그동안 하층민들의 삶의 애환과 뒤틀린 역사의 부정적인 문제에 대한 작품을 발표해왔던 유영갑 작가가 탈북난민들의 행보를 따라가며 다섯 편의 중·단편 소설로 엮어냈다.

저자는 책을 위해 탈북난민들을 10년 가까이 취재하며 책을 완성해 냈다. 

그 결과 <강을 타는 사람들> 안에 담긴 소설들은 오늘날 북한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를 넘어 굶주림에 대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북에 남아있는 동생을 남한으로 데려가기 위한 언니의 절절한 심정을 표현한 <국경의 밤>은 물론,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했지만 중국 공안과 탈북자 체포조 반탐요원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신세를 다룬 <강을 타는 사람들>까지 저자는 탈북난민들의 무방비적인 인권 실종의 실상들을 글로 세세히 담아냈다.

특히 탈북 남성과 여성의 성별 차이에 따른 인신매매 현장의 모습을 제 각기 남녀 주인공을 특화시켜 다뤄내 북한 주민들을 대하는 중국 국경지역의 현실을 낱낱히 보여주고 있다.

탈북난민들은 '탈출-체포-처벌과 노동교화-재탈출'의 사이클을 반복하며 굶주림과 억압을 벗어나려 애를 쓰지만, 대부분 죽음이나 실패로 귀결되는 비극적인 분위기를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들을 통해 그려낸다.

작가가 그린 탈북난민들의 면면은 실제 난민의 사례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실상에 가깝다.

하지만 어떤 해결의 실마리도 찾기 힘들다는 점은 또 다른 현실의 어두운 면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 오랜 북한의 우방들의 사회주의 국가시스템이 무너지고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가 취해지면서 북한의 경제시스템은 2000년대 들어 더욱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무너진 경제 시스템으로 국가 배급 시스템은 유명무실해지고 탈북난민들은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넘고 있다.

중국을 떠도는 탈북난민들의 수가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현실에서 해마다 같은 민족이자 동포인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늘을 함께 살고 있지만 우리 시선 밖에 있을 누군가의 모습을 그려낸 소설을 읽으며 우린 과연 말로만 통일을 외치고 있지 않은가를 생각해본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