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가 '붕대투혼'으로 유명한 이임생씨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하고 새 출발선에 섰다. 전임 김봉길 감독을 물러나게 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성적을 내고 팬들을 확보해야 하는 인천 구단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1994년 유공 코끼리 축구단에서 K리그에 데뷔한 이 감독은 당시 부천 SK와 부산 아이콘스에서 뛰면서 1992년과 1996년 올림픽, 1998년 월드컵에서 각각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이중 1998년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보여준 붕대 투혼은 아직도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은퇴 후 2003년 수원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 감독은 7년간 코치생활 동안 두 번의 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또 지난 2010년부터 싱가포르에서 5년간 최장수 외국인 감독으로 활동하며 2번의 FA컵 우승과 2번의 리그 준우승을 일궈냈다.

하지만 인천 FC는 김 전 감독을 해임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성적부진과 외국인 용병 영입 실패 등이 해임 사유다. 팬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나름 성과를 낸 감독의 해임 통보가 전화 한 통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사실 인천은 올 시즌이 끝난 뒤부터 줄곧 사령탑 교체를 검토했다고 한다. 올 시즌들어 성적이 계속 하위권에 머물렀고, 팀에 변화를 줄 시점이라 판단해 김 전 감독과 이별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어찌됐건 인천 유나이티드는 시민들의 주주참여(58%)로 이뤄진 명실상부한 시민구단이다. 구단의 주인인 시민들의 신뢰가 무너지는 행동은 무조건 자제돼야 한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모든 앙금을 씻고 지금부터 2015 시즌을 새롭게 준비해야 할 때다.

성급한 일부 팬들은 벌써부터 인천 유나이티드의 변모된 내년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 '망치' 이임생과 '독수리' 최용수 감독의 라이벌전을 특히 기대하는 분위기다. 공교롭게 이 감독은 고려대, 최감독은 연세대를 나왔고 대표팀에서도 오랬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이제는 인천과 서울 지휘봉을 각각 잡고 치열한 '경인더비'를 펼치게 됐다. 이임생 감독이 국내·외 무대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고향 인천 축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켜 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