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파이프 '펑' … 수돗물 '뚝'
검단 3만8000가구 '34시간 불편'
▲ 서구 공촌사거리 인근 지하 5m 지점 직경 1800mm 대형 상수도관이 파열돼 지난 19일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해 검단 지역 3만8000가구에 34시간 동안 단수가 진행됐다. /황기선 기자 juanito@incheonilbo.com
인천시 서구 공촌사거리에서 대형 상수도관이 터져 검단 지역 3만8000가구에 34시간 동안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연이은 한파에 갑작스러운 단수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21일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18일 오전 11시30분쯤 공촌사거리 지하 5m 깊이에 묻힌 지름 1800㎜ 대형 상수도관이 한파로 파열됐다고 밝혔다. 본부는 파열된 지 44시간여 만인 20일 오전 7시쯤 복구를 끝내고 이날 낮 12시부터 정상 급수를 재개했다.

공촌정수장에서 상수도를 공급하는 수도관이 터지면서 서구 마전동·원당동·당하동 등 검단 지역 3만8000가구는 19일 오전 2시부터 34시간 동안 단수됐다. 검암동·연희동·경서동 등지에서도 수압이 낮아지거나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본부는 "한파로 인해 수도관이 수축되면서 접합 부위가 파손됐고, 수도관과 전기·통신 케이블이 복잡하게 묻혀 있어 복구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전 직원이 이틀간 밤샘 작업을 펼쳐 접합 부위를 찾아내 용접했다"고 밝혔다.

파열된 수도관은 공촌정수장에서 서구와 동구, 중구 영종·용유 지역 29만 가구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송수관이다. 당초 검단뿐 아니라 이들 지역 5만7000가구도 단수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본부는 남동정수장과 수산정수장으로 급수 라인을 바꾸고 공급량을 늘려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았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단수로 검단 지역에선 피해가 속출했다. 미리 물을 받아두지 못한 식당은 아예 문을 닫았고, 아파트와 달리 충분한 저수 시설이 없는 단독주택과 빌라에 사는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왕길동 식당에서 일하는 구모(58)씨는 "수도관이 터졌다는 소식을 듣고 물을 받아놓아서 겨우 영업은 할 수 있었지만, 언제 동날지 몰라서 일하는 내내 조바심이 났다"고 말했다. 직장인 제세훈(32)씨도 "단수 사실을 몰랐다가 이틀 가까이 애를 먹었다. 가정동에 있는 치과에도 미리 예약을 해뒀는데, 단수 탓에 진료할 수 없으니 나중에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검암동 아파트에도 "저수조 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래 등은 미루고 화장실만 사용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본부는 단수가 이어지자 급수차 22대를 동원해 6000여t의 물을 공급하고, 밤늦게까지 단수 지역을 돌며 '미추홀 참물' 생수 2만5000병을 돌렸다.

상습 정체 구간인 공촌사거리에선 교통 혼잡도 빚어졌다. 수도관에서 새어나온 물은 도로에 흘러 넘쳤고, 복구 작업을 위해 빈정내사거리에서 공촌사거리에 이르는 2개 차로를 통제하면서 출퇴근 시간 차량은 길게 꼬리를 물었다.

전상주 본부장은 "갑작스러운 단수로 시민에게 불편을 끼쳐 드리고, 단수 예고 문자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신속한 위기 대처로 피해를 줄이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