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사업본부 중부수도사업소 '동파 현장' 르포
▲ 18일 오후 인천 남구 주안2동 주택가에서 전상주 상수도사업본부장과 중부수도사업소 직원이 수도 계량기 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뜨거운 물 좀 갖다주세요."

18일 오후 3시쯤 인천시 남구 주안2동 주택가. 상수도사업본부 중부수도사업소 직원 이종열씨가 동파된 가정용 15㎜ 수도 계량기를 꺼냈다.

수도관에는 뜨거운 물을 부었다. 허리를 깊게 숙인 그의 입에선 하얀 입김이 연이어 새어 나왔다. 한파에 터진 계량기는 얼음장 같이 차가웠다.

이씨는 이날 출근하자마자 중구 신흥동과 항동 등 5가구를 돌며 동파 계량기를 교체했다. 중부수도사업소가 관할하는 남구·중구·동구에만 수도 계량기 11만 개가 있지만, 계량기 관리 직원은 2명뿐이다. 강추위로 지난 17일 계량기 동파주의보가 발령되면서 이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작업을 시작한 지 15분쯤 뒤에야 그는 허리를 폈다.

자동차공업사를 운영하는 장모(49)씨는 "어제 저녁부터 화장실에 물이 나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 수소문하다가 계량기가 동파됐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지난여름 가게 문을 연 탓에 계량기 위치도 몰랐다"고 말했다. 장씨는 새로운 계량기로 교체되고, 물이 나오기 시작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18일 상수도사업본부에는 계량기 동파와 수도관 동결로 인한 민원 전화가 폭주했다.

이날 오전 인천에선 수도 계량기 5개가 동파됐다. 수도권 동결 민원도 20여건에 달했다.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인천에서 동파된 수도 계량기는 90개에 이른다.

이씨는 "아무리 보온재를 보급하고, 계량기를 관리해도 시민 협조가 없으면 동파를 막기가 힘들다"며 "수도꼭지를 조금만 틀어놔도 동파 염려가 없다. 수도요금 부담 탓에 꺼리는 이도 있지만, 물을 아예 쓰지 못하는 불편함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해마다 계량기 동파 건수는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 2011년만 해도 1만1384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781건에 불과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올해 동파가 우려되는 곳에 1만8000여개의 보온재를 설치했다. 매달 수도요금 검침 때마다 계량기 관리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하반기부터는 동파방지용 수도 계량기 보급도 시작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전상주 상수도사업본부장은 "동파율이 크게 낮아졌지만, 안심할 수 없다"며 "시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24시간 비상 대기 체제를 갖춰 신고가 들어오면 즉각 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