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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노(長野) 현에 위치한 가루이자와(輕井澤)는 19세기 말부터 피서지로 발전해 온 대표적인 휴양지대다. 고산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서 날씨도 선선할뿐더러 주변에는 일본에서 제일 꼽는 쿠사츠(草津)온천이 있어 일 년 내내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특히 1996년도부터 도쿄에서 신칸센이 연결되어 교통 또한 빠르고 편해졌다. ▶일본의 변방지대로 알려진 도호쿠(東北) 지방의 아키다(秋田) 현은 우리가 진돗개를 명견으로 치듯 일본에서는 아키다 개를 명견으로 꼽는다. 인구 140만의 아키다 현에서 나오시마(直島)의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안도·다다오씨가 설계한 현립미술관이 최근 개관되었다. 유럽에서도 잘 알려진 후지타 화백의 초대형 유화 '아키다의 축제'가 관람객들을 압도하는 미술관은 문화국가 일본을 상징하는 듯했다. ▶가루이자와 일대와 아키다 미술관을 관람하기 위해 신칸센으로 두 도시를 둘러보면서 기차역에는 물론 시내의 교통 표지판에 이르기까지 한글이 일본어 및 영어와 병기되어 있어 일본의 도시 경영자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한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비단 가루이자와나 아키다 뿐 아니라 일본의 대부분 크고 작은 도시와 공항에도 한글로 된 표지가 있다. 식당 메뉴판에도 한글로 메뉴 내용이 적혀있는 곳이 많다. 한마디로 한국인 방문객들을 위해 최대한 친절을 베풀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우리나라의 도로 표지판은 물론 시내의 명소를 알려주는 표지판은 한글과 영어로만 표시되어 있어 중국이나 일본 같은 한자권에서 오는 사람들은 불편함을 호소한다. 영어 표시도 대부분 의미를 전달하는 표시가 아니라 우리말 발음을 표시하고 있어 외국인들에게는 전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유'공원이 'Jayu'로 표기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 중 한자 문화권 관광객이 82%로 중국의 432만 명과 일본의 274만 명이 수위를 점하고 있으나 안내판이나 간판에 한글과 영어가 주로 쓰이고 한자가 없어 불편을 겪는 것이다. 제주도만이 몇 해 전 인천의 심재갑(沈載甲) 선생님의 권유로 한자를 병용해 외국인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고 있는데 국제도시를 지향하는 인천에서도 하루빨리 한자병용을 실시했으면 한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