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지역에서 운행되는 택시중 30% 이상이 심야 할증에 대해 수동으로 조작이 가능한 미터기가 장착됐다는 소식이다.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심야 할증은 그동안 택시 기사와 이용자간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고질적 민원이었다. 그래서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택시 미터기 조작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기기 내지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인천지역에서 운행되는 택시는 2013년말 기준 개인 9003대, 법인 5385대에 이른다. 이중 5000여대의 택시에 심야 할증이 수동으로 조작이 가능한 특정업체의 제품이 장착됐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수동으로 조작이 가능하면 음주자나 외국인 관광객 등이 탑승할 경우 20% 이상의 부당요금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런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시는 최근 할증 기준을 어긴 택시가 적발되면 운전자와 조작한 자 모두 처벌한다는 공문을 미터기 수리·검정 업체에 보낸 상태다. 그렇지만 미터기 장착업체는 고객을 받아야 할 입장, 즉 '을'의 위치에 있다. 고객이 줄어 들 것이 뻔한 상황에서 조작을 거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관리·감독을 맡은 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난해 서울시는 심야 할증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택시 미터기 조작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정책을 실시했다. 미터기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고 시간대별 주행속도와 거리, 장시간 운행 여부 등 모든 운행정보를 6개월 이상 저장할 수 있도록 한 통합형 디지털운행기록기계를 도입했다. 이를 장착하지 않는 택시에 대해 과징금을 물리고 사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강력하게 했다. 을이 아닌 '갑'을 대상으로 행정력을 모은 것이다.

수동으로 조작이 가능하도록 한 미터기 제작사는 이미 서울시의 방침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서울에는 조작이 불가능한 제품을 납품했을 것이다. 이미 타 지역에서 유사한 사례에 대해 강력한 행정처분으로 민원을 원천봉쇄했던 것과 견줘 인천시의 움직임은 더디게 보인다. 바가지 요금을 받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 인천에 대한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공직자들이 곰곰히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이왕지사 행정력을 행사한다면 유사한 문제가 생겨나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하고 시행했다면 강력히 집행해야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