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여대 추정 … 취객·외국인 피해 속출
인천지역 택시에 공급된 디지털 미터기 가운데 일부 제조사 제품이 규정에 어긋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야 할증을 자동으로만 매기도록 했는데도,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미터기가 쓰이면서 시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16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할증 기준을 어긴 택시가 적발되면 운전자와 조작한 자 모두 처벌한다는 공문을 미터기 수리·검정 업체들에 보냈다.

디지털 미터기를 장착한 일부 택시가 심야 할증을 수동으로 조작한 채 운행한다는 민원이 이어지면서다.
지난 2013년 12월 시가 택시요금을 개정하며 내놓은 '할증 적용 기준'을 보면, 디지털 미터기를 장착한 차량은 심야 할증을 버튼 조작 없이 자동 적용하도록 돼 있다.

오전 0~4시 적용되는 심야 할증은 택시 요금의 20%가 추가된다.

하지만 택시기사들 사이에선 A업체가 제작한 미터기는 수동으로 심야 할증을 매길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수동 조작이 불가능한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바가지 요금을 받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실제 A업체 미터기를 장착한 일부 택시기사들은 음주자나 외국인이 탑승해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미터기를 할증으로 조작한다는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개인택시 운전자 이모(60)씨는 "일부 택시가 심야 할증을 수동으로 조작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었다. 외국인이나 술 취한 손님이 타면 바가지 요금을 매길 수 있는 개연성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비양심적인 몇몇 사람들 탓에 선량한 운전자들만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회사 제품을 쓰는 택시가 5000여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 지역 1만4388대(지난해 말 기준, 개인 9003대·법인5385대) 택시 가운데 34%에 달하는 숫자다.

자동차 관리법 제79조를 보면, 택시 미터기를 임의로 조작하면 운전자와 미터 조작자 모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달 초 A업체에 수동으로 할증을 매길 수 없는 미터기를 제작하라고 통보했다"며 "이미 사용하고 있는 미터기는 수리·검정을 할 때 프로그램을 다시 설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