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금빛평생교육봉사단 자문위원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아침이면 강의실 문틈으로 커피포트 물 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믹스 커피의 달콤한 냄새가 조용한 강의실 복도를 유희하듯 가득 채우곤 했다.
커피 한 잔을 나누며 대학 강의실, 출판사 회의실 등에서 가진 '노년교육독회모임'이 어느덧 13년이 흘렀다. 노년교육독회가 출발했던 2001년, 국내의 노년교육 분야 박사학위 취득자는 10명이 채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고령화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던 시기에 개방형 학술모임으로 운영되던 노년교육독회에는 가끔 먼 곳에서 찾아온 참석자들도 있어 특별한 '손님'이 되기도 했다.

노년교육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에게는 한 수 가르침과 배움의 자극제가 되었고, 갓 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에게는 따끈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기회가 제공됐다. 노년교육 분야 외국 문헌에 대한 발제도 가졌다. 또 2004년 1월에는 '노인 자서전 쓰기'를 출간하고 이 프로그램을 보급하기도 했다. 2006년 2월에는 국내외에서 노년교육을 전공한 10명의 회원들이 '세계의 노인교육'을 출간했다. 2012년 9월에는 노년 준비의 각 분야를 다룬 '은퇴수업(학지사)'을 발간하고, 긴 기간 동안 꾸준히 독회에 참석해온 70대 회원들의 성공적인 노년의 지혜도 실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노년교육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 활동은 2001년 9월 '노년교육학모임'에서 출발했다. 초창기 온라인(on-line)에서 오프라인(off-line)으로 활동영역을 확대하고 매년 6~8회의 노년교육 독회와 공동 저술활동 등을 전개했다. 2007년 1월에는 '노년교육연구회'로 독회 명칭을 바꾸고 관련 학회와 공동 학술대회 등을 개최하는 등 노년교육의 학문적 역량을 결집했다. 5명으로 시작한 노년교육연구회는 250여명의 회원으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노년교육 발전을 위한 힘든 작업들을 공동으로 수행해 오면서 노년교육연구회는 학문 공동체로서의 경험과 내공을 축적하게 됐다.

저출산 고령화의 사회변화를 헤쳐 온 노년교육연구회가 지난 6일 드디어 정식 '한국노년교육학회(KSEG : Korean Society of Educational Gerontology)'로 출범했다. 창립총회를 마친 점심시간,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북적였다. 격려와 축하의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노년학의 학제적 접근에 불과했던 노년교육학이 독자적 연구 분야로서 첫 발을 내디딘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날 창립총회에는 이사 회원, 기관 회원 등 70여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 인천, 경기, 충청, 호남, 영남 등 전국 각 지역 대학의 교수들을 비롯해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금융그룹 은퇴연구소, 국민연금연구원, 노인인력개발원, 한국소비자원, 건강보험공단, 노블카운티, 요양원 등 각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인력 등이 창립총회에 함께 했다.
이날 우리나라 노년교육의 주춧돌을 쌓아온 한서대 한정란 교수가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몇 년 전, 학회의 전신인 노년교육연구회를 이끌어 오면서 '공식적인 노년교육 학술단체로서 독자적인 학문적 지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노년교육에 대한 학문적 관심도 매우 저조한 편이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만큼이나 노년교육 분야의 학문적 결성과 지지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노년교육학회가 앞으로 펼칠 학술대회, 학회지 간행, 국내외 노년교육 관련 학술단체와의 활동, 노년교육정책 개발 사업 등은 우리나라 노년교육의 새 지평을 열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노년교육은 우리나라의 현안 과제로 떠오른 평생교육, 노인복지 분야를 자유롭게 섭렵하는 연구와 실천의 분야이기 때문이다.
일반인과 전문가를 모두 포함하는 '노인에 관한 교육'이며, '노인을 위한 교육'인 동시에 '노인에 의한 교육'을 포함하는 노년교육의 개념을 다시 한 번 음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