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3)
조우성.jpg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물이 만물의 근원'이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흙, 불, 공기를 더해 '4원설'을 주장했다. 그 후에도 여러 설이 제기됐지만, '생명의 씨앗이 운석으로부터 지구에 떨어졌을 것'이라는 켈빈의 설을 그동안 가장 설득력있는 것으로 평가해 왔다. ▶과연, 원시 상태의 지구에 혜성이 충돌하면서 물이 옮겨졌던 것일까? 이를 확인하고자 10년 전 유럽우주국(ESA)이 발사한 혜성 탐사선 로제타(Rosetta)가 최근 데이터를 보내왔는데, 이를 분석한 결과 '지구의 물'과는 영 딴판인 '우주의 물'이었다고 해 충격을 주었다. ▶이는 물의 기원 자체는 물론, 혜성이 생명 탄생의 근원일 것이라는 학설 자체가 공상과학물 같은 상상의 소산이 아니었을까 하는 허망함을 던져 준다. 그러고 보니, 물이 얼마나 귀한 선물이며, 물로써 살아가는 대자연 속의 모든 삶이 얼마나 큰 은총인가를 돌아보게 해 준다. ▶일찍이, 제자백가 가운데 한 사람인 노자(老子)는 '물'을 축복했다. 그는 대자연의 총체적 비유로써 '물'을 들었다.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머문다. 그러므로 도(道)에 가깝다"며 물을 상찬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삶을 지탱하게 해 주는 절대요소다. 동시에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는 문제를 몸소 실천해 보여주는 비유(比喩)의 스승이기도 하다.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임하며, 결코 거슬러 오르는 법이 없는 순리는 우리가 따라 배울 대자연의 이법이다. ▶박목월 시인은 "오늘은 자기의 무게로 기어가는 물이지만/내일은 어린 것의 눈썹에 맺히고/목마른 자의 가슴 속을 지나/당신의 처마에 궂은 가을 빗줄기로 걸리는/기나긴 역정과 순회에/나는 순리와 전신(轉身)을 깨달을 뿐이다.(비유의 물)"며 물의 지고한 순환까지노래했다. ▶이렇듯 상념하다 보면, 오늘의 물 부족 환경은 재앙일밖에 없다. 물이 휘발유보다 비싼 황량한 벌판에는 모래먼지만이 뽀얗게 일고 있다. 목마른 자들이 목을 축일 수 있는 푸른 오아시스는 어디에 있는가? 물에게 물어 찾아갈 일이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