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 물에 손을 담근 후 발생한 레이노현상. 손가락 끝은 하얗게 변하고 다른 부위는 붉게 변했다.
높아만 가는 가을하늘과 형형색색의 단풍잎들이 쌓여가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하지만 이때만 되면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갑고 마네킹 손처럼 색깔이 푸르죽죽하게 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햇살, 온몸이 땀으로 젖는 무더위에는 누구나 시원한 얼음생각이 간절하다. 그저 수족냉증이 심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레이노 증후군이 아닌지도 꼭 확인해 봐야 한다.

▲손발이 차고, 시린 경우- 수족냉증이 아니라 레이노 증후군?
레이노 증후군은 손발이 차갑기만 한 것이 아니라, 추위나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손가락, 발가락 등이 창백하게 바뀌었다가 파란 색으로 바뀐다. 따뜻한 곳으로 가면 붉은 색으로 바뀐다. 색깔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저리고 따끔거리기도 하며, 쥐가 나는 것 같은 증상도 나타난다. 손 색깔이 심하게 변해 손이 남에게 보여지길 꺼려하게 되고,악수할 때 찬 손 때문에 상대방이 깜짝 놀라는데 민망해 하며, 손발이 시려서 잠을 들 수 없는 고통도 나타난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에도 많이 발생하지만, 한여름에도 에어컨바람이나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는 장마철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심한 경우 손가락 끝 썩을 수도
원인은 일시적으로 팔·다리 말단에 혈액이 가지 못하는 허혈 증세로 추위에 노출되면 손·발가락 끝의 혈관 자체나 혈관신경이 과민 반응해 생긴다.

레이노증후군은 이유 없이 저절로 나타나기도 하며(원발성), 전신성 경화증, 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등에서도 동반되기도 한다. 또 착암기나 대형 드릴, 건반악기 연주를 통한 진동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공사장 기술자나 피아니스트 중에서도 나타난다.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해 나타나기도 한다.

보통 레이노 증후군의 80% 가량은 류마티스질환으로 진행하지 않아 조직의 손상이 적은 편이다. 류마티스질환 및 혈관질환과 연관되었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것은 향후 이 병의 경과를 예측하는 데 중요하다. 류마티스질환과 연관된 경우는 손가락에 피 공급이 안 돼 손가락 끝이 썩는 현상 즉 괴사가 일어날 수도 있으며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손가락을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이노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레이노 현상이 안 나타나도록 장갑을 자주 사용한다. 특히 손가락의 보온은 벙어리장갑이 더 효과적이다. 옷도 따뜻하게 입도록 한다. 몸의 중심부 온도가 높으면, 손발의 말초부위 온도도 함께 높아져 레이노 현상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흡연을 하면, 말초현관이 수축하여 레이노현상이 잘 유발되므로, 금연도 필수다. 스트레스도 레이노현상의 중요한 원인이므로, 늘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스트레스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레이노이드 증후군이 비교적 심하지 않으면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약물을 복용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조기에 발견해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이 치료가 잘 듣는 편이다. 류마티스질환이 종종 동반될 수도 있으므로 류마티스질환의 동반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류마티스질환이 동반된 경우 원인질환을 함께 치료해야 레이노증후군도 치료효과가 높다.

인하대병원 류마티즘센터 권 성렬 교수는 "손발이 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원인질환치료없이 무조건 혈액 순환제부터 먹으면 자칫 병을 키울 수 있다"며 "손발이 찬 증상은 레이노증후군일 가능성도 있으며, 이 레이노증후군은 심각한 질환과 동반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정확한 원인 질환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반드시 전문의의 검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