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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2000년전에 쓴 책에 '화에 대하여(김경숙 역, '사이' 간행)'란 게 있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화'는 무엇이며, 왜 화를 내고, 화를 낼 때의 모습은 어떻게 변하는지, 그 해악은 어느 정도이고,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들려주고 있다. ▶우리가 화를 내는 최대 원인은 "나는 잘못한 게 없어"라는 생각, 즉 "나는 죄가 없어", 혹은 "나는 아무 짓도 안 했어"라는 생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뿐이며, 결국 우리로 하여금 화를 내게 하는 것은 자신의 무지와 오만함"이라고 한다. ▶철학자다운 말이다. 그는 그러면서 화를 불러들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세속의 인간인 우리는 화를 낸다. '세월호' 같은 사건은 내가 불러들인 것이 아니며, 적폐의 과정과 엉성한 사회 구조(構造), 무능한 구조(救助) 등에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아닐 것 같다. ▶세네카는 말은 잇는다.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앞서 있다고, 혹은 다른 사람이 나보다 많이 가졌다고 해서 신에게 화를 내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화'를 포함한 '격정' 자체를 '악덕'이라 했던 스토아학파의 '화' 치유법은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겠지만, 어쩐지 공허하다. ▶본보 박진영 기자가 보도한 25일자 1면 톱기사는 우리로 하여금 '화'를 내게 한다. '억대 연봉수당 인상-시 산하기관 흥청망청 돈잔치'란 제하의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행정의 사각지대에서 벌여온 '관피아'들의 기강해이는 목불인견 수준이다.대부분 퇴직 공무원들이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그마저도 운영이 부실해 천문학적인 적자에 허덕이면서 시장보다 급여를 많이 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표적인 예로 인천신용보증재단의 실장급 직원의 연봉이 1억1735만 원이라는 데 이르면 말을 잃게 된다. ▶철인(哲人)이 아닌 이상, '화'를 안 낼 재간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세네카' 식 '화' 치유법은 무었일까? 그는 '화를 배제한 이성적 질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엄중하고도 대대적인 '감사(監査)'와 그에 따른 응분의 시정(是正)을 상정해 본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