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복싱협회(AIBA)가 12년 만에 한국 복싱에 아시인게임 금메달을 안겨준 신종훈을 징계(국내·국제대회 출전 잠정 금지)했다. 신종훈이 지난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체전에 참가한 것이 국제복싱협회 프로복싱(이하 APB) 경기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억지 주장이라는 게 신종훈의 입장이다.

애초 2012년에 APB 출전 계약(신종훈·대한복싱협회·국제복싱협회 3자 계약)을 맺었지만 이후 국제복싱협회가 기존 프로복싱 국제단체인 WBC, WBA와 다툼을 벌여 2012-2013시즌, 2013-2014시즌 APB 경기를 뛰지 못하는 등 오히려 계약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제복싱협회는 계약 성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던 올림픽 출전권 부여 자격이 APB 랭킹 6위까지에서 2위까지로 대폭 축소되는 등 계약 조건이 크게 후퇴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신종훈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게다가 계약서라면 해당 문서를 계약주체끼리 한부씩 나눠가져야하지만 국제복싱협회와 대한복싱협회는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선수를 보호해야할 대한복싱협회는 그저 국제복싱협회의 입장만을 대변하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복싱협회가 들먹이는 징계 근거인 계약서가 정말로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이지 검토해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다. 나아가 국제복싱협회가 신종훈에게 내린 징계조치가 타당한 것인지, 합리적 의심조차 갖지 않는 느낌이다. 신종훈을 보호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뒷짐만 지고 있는 대한복싱협회 대신 팬들이 나서 신종훈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신종훈의 팀 동료인 여자 복서 오연지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복싱 국가대표신종훈 선수가 선수생명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같은 운동선수로서 그리고 함께 운동하는 동료로써 신종훈선수의 지금까지 달려온 피나는 노력이 이렇게 끝이 나지 않길 바랍니다'라며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는 서명운동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사태를 더 이상 지켜만 보지말고 시시비비를 명백하게 가려 억울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를 일으킨 자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