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섭 인천항만물류협회 고문·인하대학교 겸임교수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우리 사회는 인명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국가적인 어젠더를 가지고 많은 대안과 대책을 쏟아냈다. 사고를 수습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할 관료들은 관피아 소리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눈치만 보았다. 그러면서 수 십 년간 해운종사자들의 치열한 노력으로 다져 온 해운강국 대한민국의 이미지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사실 이번 사고는 선장하나만 제 역할을 했다면 인명손실없이 선체 전손처리로 종결되었을 사안이었지만 선장의 무책임이 엄청난 인명손실을 초래했다.

정부는 사고 초기부터 일정시한을 정해 시신수습을 하고 그 후에는 선체 이동, 인양을 위한 가족 설득에 나서야 했고 보상협의도 진척시켰어야 한다. 그런데 죄송하다고 고개만 숙였지 정작 세월호 문제 해결에 필요한 조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지난 7월부터 선체인양을 추진했다면 선체 인양이 가능했을텐데, 시간이 흘러가면서 뻘이 쌓이고 선실 등이 무너져 선체인양은 매우 어려워졌다. 선체인양여부가 정부의 검토를 거쳐 결정되겠지만, 개인적으로 선체가 꼭 인양되어 한다고 생각한다. 선체가 인양되어야 정확한 사고원인, 피해확정,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고 마지막 시신수습과 함께 세월호 사고의 마무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은 검찰이 밝힌 대로 돈에 눈먼 경영자가 복원성을 해친 무리한 선박 개조를 하고 평형수를 뺀 채 과적한 것, 훈련 안 된 선원들이 제 살길 만 챙긴 것, 그리고 해경이 제대로 구조활동을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 원인 외에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세월호가 취항 후 일 년 동안 백 여 차례 과적을 했는데 왜 내부고발자가 없고 사회적 감시기능이 작동을 안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그 많은 공무원, 사법기관, 언론, 시민단체는 왜 기상천외한 청해진해운의 비정상적 경영행태를 밝혀내지 못했을까.
세월호 사고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 사회 기강의 문제다. 지금은 백 여 년전 타이타닉 시대와 달라 관계자들이 법과 규정에 주어진 자기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면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의 경우 선장부터 선박검사관 운항관리자 항해사 VTS 해무감독 상황실 구조정장을 포함한 모든 단계의 책임있는 관계자들이 자기 임무를 해태했다. 만약 미국이나 일본에서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다면 자신의 임무에 철저한 관계자들에 의해 전원 구조했을 거라는 분석에 가슴이 아프다.
세월호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려면 차가운 머리로 사실에 바탕을 둔 정확한 분석에 기초해서 올바른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정서를 고려해서 여객선 선령을 다시 25년으로 제한하겠다고 했다. 이는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는데 OECD 국가 중 선령제한하는 나라가 없고 국제협약도 선령제한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선박검사의 합격 불합격 여부에 따라 운항이 결정된다.
서해페리 2년, 콩코르디아 6년, 타이타닉 1개월이었다. 사고 없이 퇴역한 퀸메리, 퀸엘리자베스는 50년 이었다. 세월호는 불합격되어야 할 선박이 어떻게 합격되었느냐가 핵심이므로 선박검사 시스템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 선령으로 끊겠다는 것은 단순하고 손쉬운 후진적인 방법이다. 안전을 위해서는 선령제한보다 안전검사, 안전규정 준수, 안전교육 같은 안전감독체제의 정비가 중요하다. 안전운항관리를 정부가 직접 하겠다는 것도 난센스다. 민간 기업 스스로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위반 시 강력한 제재를 하는 것이 정부가 직접 안전관리 하는 것 보다 더 나은 효과를 가져 온다. 과적·과승을 하거나 만재흘수선을 지키지 않는 업체를 적발하면 과징금, 영업정지, 면허취소 등 행정벌을 엄격하게 부과해 스스로 과적 과승을 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는 방식이 대부분의 나라가 채택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