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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20세기 초 유럽 상류층들을 겨냥한 베네치아 특급열차는 런던에서 출발해 파리를 거쳐 베네치아까지 운행하는 호화 침대 열차였다. 고급 식당차까지 연결된 베네치아 특급에서는 승객들이 주요 정차역에서 관광을 즐기고 열차 내의 고급식당에서 포도주를 곁들인 오찬과 만찬을 함께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2차 대전 이후 항공기 여행이 일반화되면서 베네치아 급행열차도 운행을 중지했다. ▶베네치아 급행뿐 아니라 당시 유럽에서는 파리에서 시발하는 모스크바 급행 또는 런던과 파리에서 떠나는 이스탄불 급행열차도 인기를 끌었다. 베네치아 급행은 80년대에 들어와 유럽에서 기차여행이 고속화되고 고급화되면서 잠시 부활했다가 21세기에 와서는 초고속 열차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유럽의 철도 마니아들은 아직도 베네치아 급행을 회상하면서 아쉬워한다. ▶오늘날에도 세계 각국의 품위 있는 여행객들과 철도 마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고급 침대 열차는 남아프리카 연방의 수도 프레토리아에서 케이프타운까지 운행하는 블루·트레인이다. 안락하고 호화스러운 침실과 우아한 식당과 바를 갖춘 블루·트레인은 아프리카의 산하를 질주하면서 철도 여행의 즐거움과 함께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에서의 정찬과 분위기를 제공한다. ▶유럽 못지않은 철도의 나라 일본에서는 지금도 격조 있는 야간 침대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도쿄(東京)-아오모리(靑森) 간을 운행하는 북두성(北斗星) 열차를 위시해 도쿄-다카마쓰(高松) 그리고 도쿄에서 신혼부부들이 참배하는 신사(神社)가 있는 이즈모(出雲)까지 운행하는 야간열차는 일본인들뿐 아니라 세계 각국 철도 팬들이 즐기는 국제적 명물이 되었다. 결혼 시즌이 되면 이즈모행 야간 침대 열차는 표 구하기가 힘들다. ▶지난해 선보인 JR 규슈의 야간 침대 열차 나쓰보시의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1박 2일에 420만~620만원, 3박 4일이 960만~1500만원에 달하는 나쓰보시 열차 역시 안락한 침실과 고급식당차를 연결하고 정차역에서의 각종 이벤트가 곁들어지지만 예약하기가 힘들다. 철도여행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유 있는 노년층들이 지갑을 열었기 때문인데 덕분에 JR 규슈의 경영수지에 큰 도움이 된다는 보도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