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문화센터장 교체하면 위탁 계약기간 보장하겠다"
인천시 동구가 민간 위탁 기관인 노인문화센터에 인사 압력을 넣은 정황이 드러났다. 센터장을 바꾸면 계약 기간을 보장하겠다는 조건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청의 사회복지시설 불법적 위탁계약 파기 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와 A교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구 담당 국장과 팀장 등 공무원 3명은 지난 17일 센터를 운영하는 A교회를 찾아가 "센터장을 내보내면 위탁 계약 기간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경영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유로 '외압'을 가한 것이다.

센터의 인사권의 운영 주체인 교회가 갖고 있다. 교회는 부당한 요구라며 거절했다. 이 자리에서 담임목사는 "구가 센터장 교체를 밀어붙이겠다면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회는 지난 2010년부터 노인문화센터를 운영해왔다. 지난해 3월 구와 위탁 계약을 다시 맺어 오는 2016년 3월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

교회 관계자는 "센터장은 지난해 시에서 표창을 받고, 다른 기관에 자문을 해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계속 센터장을 바꾸라고 하면 우리도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의 인사 외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구는 ㈔대한노인회 동구지회에도 공무원들을 동원해 "사무국장을 내보내라"며 압력(인천일보 10월24일 19면)을 가했다.

구의 업무·지원 축소 압박을 견디지 못한 지회는 결국 10월 말 사무국장을 보직 해임하고, 구청장 인수위원 출신 A(60)씨를 신규 채용하기도 했다.

'동구청의 사회복지시설 불법적 위탁계약 파기 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 김종호 집행위원장은 "동구노인복지관에도 비슷한 요구를 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화수청소년문화의집 폐쇄 추진으로도 모자라 '직영화'를 무기로 지역 사회복지시설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센터 직영화 계획은 없다. 경영 개선 대상에는 들어있지만, 아직 검토를 시작하지 않았다"며 "경영 개선 차원에서 센터장을 바꾸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