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계절과 싫어하는 계절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경험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 겨울은 가슴 아픈 기억들로 가득 찬 계절이다. 고3 겨울에 경험한 대학입시의 실패, 실연의 아픔 등 필자는 주로 겨울에 정신적으로 힘든 일들을 많이 경험하였다. 그래서 인지 나는 유독 겨울만 되면 슬픈 사랑에 관한 영화들을 보면서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쌓여 있는 감정들을 배설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노래, 드라마 그리고 영화들이 있을 것이다.
많은 일본 국민들에게는 매년 12월 31일만 되면 보는 영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일본 코미디 영화<남자는 괴로워>(1969년)이다. 우리와 달리 양력으로 설을 쇠는 일본은 12월 31일 날 가족들이 한 곳에 모이는 데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TV로 이 영화를 본다. 이 영화는 1969년부터 1995년까지 27년 동안 같은 제목으로 총 48편이 만들어 진 시리즈물 영화 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나온 영화 중 가장 긴 시리즈물의 영화로 우리에게 익숙한 <007 시리즈>나 <스타트렉>, <혹성탈출>, <해리포터> 등의 할리우드 영화들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007 시리즈는 23편의 영화가 제작, 개봉 되었고 <스타트렉>(1979)은 지금까지 11편의 영화가 제작, 개봉 되었다. <혹성탈출>은 총 6편의 영화가 그리고 <해리포터>는 총 7편의 영화가 제작, 개봉되었다.
앞서 얘기 했듯이 필자가 알고 있는 가장 긴 시리즈물의 영화는 <남자는 괴로워>이다. 이 영화가 대단한 것은 동일한 제목으로 같은 남자 주연배우(아츠미 키요시)와 감독(야마다 요지)이 27년간을 같이 했다는 점이다. 이 대중 영화가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시리즈물을 제작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만큼 대중들의 인기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공식 집계된 총 관객 수는 약 8천 만 명에 이른다. 평균적으로 봤을 때 매 시리즈 마다 약 165만 명 이상의 관객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만약 남자 주인공인 아츠미 키요시가 암으로 사망을 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시리즈와 더 많은 관객 수를 기록했었을 것이다.

이러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영화이지만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단순하다. 주인공 '토라상'은 성격이 화끈하다 못해 다혈질적인 측면이 있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은 누구보다도 강한 인물로 극에 등장한다. 주인공은 매 시리즈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집을 나갔다가 사랑에 빠지고 실연을 하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이 영화는 이러한 단순한 내용 때문에 관객들에게 다소 지루함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아츠미 키요시의 코믹 연기, 매 시리즈마다 바뀌는 여 주인공 그리고 야마다 요지 감독의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현실적으로 풀어내는 연출력 등은 일본 관객들에게 그 지루함을 상쇄시키고 이 영화를 장기간 사랑받게 만들었다.
장기간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다는 것은 영화<남자는 괴로워>처럼 잘 짜여 진 자신의 영역 안에서 새로운 변화에 인색하지 않아야만 가능한 것이다.
우리 인생의 여정을 영화의 시나리오로 치환해서 생각해보자. 만약 내 손에 쥐어진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잘 다져진 인생의 틀도 없고 새로운 변수에 대한 대처능력도 떨어진다면 우리는 주인공 자체를 바꾸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생의 주인공은 대체 불가이기에 어쩔 수 없이 대본을 수정 해야만 한다. 다행히 그 대본은 실시간으로 수정이 가능하기에 얼마든지 우리의 인생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