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종 인하대 교수
우수한 전문가라고 철석같이 믿고 맡긴 수능출제위원들이 학생들마저 오류라고 지적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여 또다시 국가시험의 신뢰도를 실추시키고 있다. 수능시험 출제오류는 시험이 종료되기가 무섭게 어김없이 등장하여, 매년 강구하고 있을 재발방지책을 한방에 무너트렸다.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출제오류라는 지적이 나와 재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수능출제의 실패일 수밖에 없다. 출제위원들을 제대로 선정하지 못한 당국의 책임은 면할 수 없겠지만, 출제오류는 출제위원들의 잘못일 수밖에 없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출제위원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매번 출제오류가 나올 수는 없는 것이다.

국가시험이란 출제에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시험문제는 여러 명의 출제위원들이 신중을 기해 만들고 검토에 검토를 거쳐 완벽하다고 해서 결정되는 것인데, 거기에 오류가 나온다는 것은 출제위원들의 전문성 부족이 아니고서는 달리 변명할 길이 없을 것이다. 시험문제란 모든 오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단 1%의 이견이라도 나올 수 있는 문제는 당연히 배제되어야 한다. 사물을 보는 시각은 다양한 것이니, 시험이란 그 다양한 시각을 다각도로 반영하여 수험생들의 능력을 평가하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오답이어서는 안 되는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 수능시험은 그 결과로 대학입학의 당락이 결정되는 민감한 것이므로 오류는 물론 변별력까지 감안한 문제가 출제되어야 하는 것인데 변별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내는 것도 출제의 실패나 다름없는 것이다.

결국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출제오류를 범하지 않을 최적의 전문가들을 출제위원으로 위촉하는 것이 출제오류사태를 막을 수 있는 최선책임을 간과한 결과이다. 대학의 교수라고 모두가 출제위원으로 충분하리란 생각은 전문가 집단을 잘 모르는 지나친 신뢰일 것이다. 전문가라 하여 그 전문능력이 모두 다 신뢰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능력이 출중하다 해도 시험출제에 적절치 않은 전문가도 있을 것이다. 출제위원 선정에 전문가적 식견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반복되는 출제오류 사태에서 보건데 최적의 전문가를 위촉해야 하는 당국의 출제위원 선정방법은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법원의 판결도 1심이 2심에서 뒤집히곤 한다. 판사들의 판결도 다 옳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의사를 잘못 만나면 멀쩡한 환자도 죽어 나온다는 말이 있다. 빈번한 의료사고를 보면 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수능 출제 위원도 잘못 선정하면 출제오류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전문가의 질이 잘 관리되지 않았는데 그저 전문가라 해서 무조건 신뢰를 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인 것이다. 결국 반복되는 국가시험의 출제오류는 출제위원 선정의 실패일 것이다. 출제위원 선정이나 출제과정이 공평하고 투명한지의 기준도 출제위원의 능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국가시험이 공신력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출제위원을 전문가 집단에서 능력과 경험이 철저히 검증된 자들로 구성해야만 한다. 제대로 된 출제위원 선정 없이 출제오류의 재발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든 국민이 어떤 병원의 어떤 의사라도 믿고 찾을 수 있고, 어떤 법관의 판결이라도 납득할 수 있으며, 또한 어떤 출제위원이 출제한 문제라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의 전문가 구축 및 운영 시스템을 바로잡는 것이 또 하나의 부조리한 사회를 개선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