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 4주기 포럼…서해5도 '주민의 삶' 재조명
▲ 20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연평 포격 4주기 포럼-전력(電力)이 평화다!' 토론회에 참가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황기선 기자 juanito@incheonilbo.com
연평도 포격이 일어난 지 4년이 지났다. 지난 2013년 서해5도지원특별법 등 갖가지 지원 방안이 나왔지만, 서해 5도 주민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상 교통은 열악해졌고, 관광객은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중국 어선 불법 조업 피해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평도 포격 4주기를 맞아 서해 5도 주민의 삶을 되돌아보는 장이 마련됐다. 인천경실련과 인천시, 옹진군, 이학재 의원, 홍영표 의원, 서해 5도 어민회는 20일 '연평 포격 4주기 포럼-전력(電力)이 평화다!' 토론회를 공동으로 열었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포럼에선 서해 5도에 필수불가결한 에너지원의 안정적 공급이 논의됐다.

주민은 4년 전 연평도 포격 당시 전력 공급이 끊겨 막막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학계와 관련기관은 차세대 전력망을 활용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참석자들은 "서해 5도가 중요한 지역인 만큼 에너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허선규 인천경실련 해양위원장은 발제를 통해 "'평화와 전쟁'이 공존하는 서해 5도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부족하다"며 "불법 조업 등 한국과 북한, 중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서해 5도는 화석연료로 난방과 전기를 해결하기 때문에 폭격을 맞으면 모든 생활이 정지되는 상황에 내몰린다"고 말했다.

지난 3월31일 북한 사격훈련으로 비상 상황이 벌어졌을 때에도 서해 5도 주민 절반은 대피하지 않았다. 생계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허 위원장은 "수산물 냉동창고, 지하수 펌프장 등 안정적 전력 공급 없이는 주민이 계속 거주하는 것도 어렵다"며 "주민이 살지 않아 실효적 지배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

차세대 전력 기술인 '마이크로그리드'가 서해 5도를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문승일 서울대 교수는 "마이크로그리드는 친환경 에너지를 새로운 전력망과 연결해 최소 비용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차세대 기술"이라며 "서해 5도는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기에 적절한 규모와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지금처럼 디젤로 돌아가는 발전소에 포격이라도 당하면 전력이 한순간에 끊긴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전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며 "서해 5도에 많은 군 부대 또한 에너지에 민감하다. 마이크로그리드를 실현하면 안보와 삶의 질을 동시에 높이는 씨앗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원영진 한국전력공사 기술기획처장도 "풍력 발전기 등을 설치하려면 군사 전술적 측면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마이크로그리드를 통해 담수화 설비 등 식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통합운영시스템으로 전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마다 태양 전지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유사 시에 대비할 수도 있다"며 "백령도와 대청도, 연평도 등 섬마다 특화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부 지원 정책이 마련되면 서해 5도의 에너지 자립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진흥과 김창환 사무관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인천시도 서해 5도에서 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정부나 국회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