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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봄 어느 날 아침, 필자는 별난 경험을 했다. 남동구 소재 신한은행 인천본부 회의실에서 지역 관련 강의를 했던 것이다. 주제는 '인천은 어떠한 도시인가?' 였다. 한 달에 한번 갖는 지점장 월례회의 석상이었는데, 윤상돈 본부장이 특별히 필자에게 시간을 할애해 주었다. ▶은행에서 할 일이 없어 지역 이야기를 청해 듣는가 싶었지만, 지점장 청중들은 예상과는 달리 매우 진지했다. 필자도 신이 나서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꺼집어내 목소리를 높여가며 열강(?) 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부평구 산곡동의 지점장이 누구이신가 물어 수인사를 하기도 했다. ▶명절 때 오래된 고객이라며 멸치를 보내 주던 바로 그 지점의 수장이어서 "고맙게 잘 먹었다"는 인사치레도 했다. 시중 은행이 한둘이 아니지만, 은행을 가깝게 느껴본 것은 '신한'이 처음이었다. 돈만 버는 게 아니라, 사회적 역할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게 '신한'의 이미지를 고쳐 지니고 있던 차에, 지난번 새얼문화재단 '아침대화'에서는 뜻밖의 선물을 시민들에게 안겨주기도 했다. '인천 신한은행'이 프로 농구단의 연고지를 안산에서 인천으로 옮기고, 다음 주 안에 개막전을 치를 것이라는 희소식이었다. ▶본보 18일자 스포츠 면 톱기사는 "새 둥지 튼 신한은행, 인천 팬에 첫인사"라는 표제 아래 "관중석 만석, 입석 관객도, 평일 흥행부진 우려 불식, 선수민 현역 은퇴식 병행'이란 부제를 달아 신한이 KB스타즈를 62대57로 제압하는 짜릿한 역전극을 펼쳤다고 전했다. ▶평소 '인천주의자(仁川主義者)'로 자처하고, '인천당(仁川黨)'의 당원임을 영광으로 알아온 필자에게 '신한'이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더불어 농구의 명문교인 '인성여고(仁聖女高)' 등이 배출한 걸출한 선수들이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홈팀'이 탄생됐다는 것이 기뻤다. ▶일정이 겹쳐 홈 경기 개막전에는 불참했지만, 두고두고 가 볼 작정이다. 우리가 힘껏 응원하고, 키워야 할 '인천의 딸들'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제 사랑 제가 진다."는 속담이 있다. 은행도 살고, 지역도 살자는 공생의 지혜로운 자세에 따듯한 박수를 보낸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