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허덕이는 시민들-하)더 나은 구제 방안
인천 지난해 신청자 6809건 전국 3위 불구 지원기관 전무 … 설립 필요성 절실
법률구조공단 전담인력 1명·지법 판사 4명뿐 … 인력 충원해 소요기간 줄여야
▲ 19일 남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시민이 개인파산·회생을 상담해주는 변호사 사무실 현수막 앞을 지나가고 있다. /황기선 기자 juanito@incheonilbo.com
해마다 6000~7000명의 개인 파산자가 나오는 인천에는 아직까지 파산 관련 전문기관이 전무한 실정이다.

응급 환자는 수천명에 이르는데 정작 주변에는 응급실이 없는 꼴이다.

공신력 있는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파산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그러지 못해 결국 악성 브로커에게 웃돈을 주고 파산 절차를 밟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파산 관련 정보와 법률 서비스를 원스톱(One-Stop)으로 받을 수 있는 전문기관 설립이 시급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울산에도 있는 파산센터, 인천에는 없다

19일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 인천지부에 따르면 서울과 대구, 부산, 광주, 대전, 수원, 울산 등 전국 대도시 7곳에는 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가 각 지부에 들어서 있다.

파산센터는 과도한 채무로 고통 받는 시민들이 채무 부담으로부터 벗어나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파산 관련 전문기관이다.

상담에서부터 법원의 개인회생 및 파산·면책 절차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인 원스톱 법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 고용노동부와 신용회복위원회, 국민연금공단 등과 연계해 취업 지원, 신용 회복, 재무 설계 등 사회 복귀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을 한다.

그러나 파산 신청 건수가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인천에는 파산센터가 없다.

실제로 지난해 인천에서 파산을 신청한 건수는 6809건으로 같은 해 6024건을 기록한 대구와 부산(3571건), 광주(3036건), 대전(2999건), 울산(754건) 등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13186건)과 수원(8821건) 보다는 적었다.

지역에서는 파산센터 설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의 한 파산 전문 변호사는 "채무로 고통 받는 인천시민들이 하루라도 더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 재기할 수 있도록 하려면 파산센터가 인천에 꼭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도 "인천에 파산센터가 들어설 경우 52만4000명의 수혜자가 나올 것"이라며 "파산센터는 인천시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꼭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파산 전담 인력 확충 필요

게다가 대한법률구조공단 인천지부에는 파산 전담 인력이 1명뿐이다.

인천지부 관계자는 "한 해 동안 지부에서 파산 및 면책, 개인회생 관련 소송만 2만건이 진행되고 있는데 파산 전담 직원은 1명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파산 업무를 전담하는 법원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지법에는 파산 전담 판사가 4명이다. 4명의 판사가 매년 수천건의 파산 사건을 도맡아 처리하다 보니 개개인의 파산 절차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역의 한 법조인은 "인천의 경우 파산 신청자가 면책까지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8개월, 늦으면 1년 이상 걸린다"며 "그럴 경우 채무자의 고통은 1년 이상 지속된다. 파산 절차가 늦어도 6개월 이내로 단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30만원 정도인 파산관재인 선임 비용을 파산 신청자에게 지게 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파산하려는 사람이 파산관재인을 선임하기 위해 30만원을 지인에게 빌리거나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음으로써 빚 위에 빚 하나를 더 얹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법조인은 "파산관재인 선임 비용이 많지는 않지만, 파산 신청자의 빚을 부담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선임 비용을 복권기금 등 정부의 지원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범준·구자영 기자·김혜림 인턴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