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순철 동구주민 비대위 상임대표
지방자치는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일을 주민 자신이 처리한다는 민주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러나 동구의 경우 현재 주민 자신이 직접 처리한다는 지방자치의 대의가 무색하게 구청장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결정하고 처리하는 '구청장 자치'가 실시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업무를 시작한 이흥수 구청장은 제일 먼저 사회복지기관 특별감사를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발표한 구의 중요한 사업계획이 다름 아닌 '사회복지시설 직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새로 취임한 구청장이 의욕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는 반대할 생각이 없다. 다만 그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직영화를 하려는 과정에서 해당 기관이나 주민은 물론, 심지어 공무원 내부에서조차 미리 논의한 적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직영화'라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것도 한두 곳이 아니라 무려 6~7개(청소년수련관, 청소년문화센터, 노인복지관, 노인문화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다문화센터 등)의 기관이 대상이 됐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구청 어느 공무원도 자세한 내용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말을 바꿔가며 자신들의 입장을 합리화하기에만 바쁘다. 두 번째는 직영화 과정이 불법적이며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제일 먼저 직영화의 칼날을 빼어든 곳이 청소년시설이었다.

처음에는 직영화의 이유가 위탁법인의 '방만한' 운영이었다. 그러나 특별감사의 결과가 별다른 내용이 나타나지 않자 다른 구차한 방법을 동원했다. 송현초등학교 건물을 임대해서 운영하고 있는 화수청소년문화의집의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해 송현초등학교에서 건물을 더 이상 임대해주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위탁해지 공문을 보낸 것이다. 이렇게 한 이유는 직영화를 하겠다는 두 곳의 청소년시설이 모두 2년의 위탁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집행이 불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이를 비껴갈 수 있는 방법을 궁여지책으로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아직 공문을 보내지 않은 청소년수련관도 이와 비슷한 방법을 찾아낸 후에 공문을 발송할 것이 분명하다. 이 얼마나 폭력적이며 교묘한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인가. 만약 누군가가 구청장에게 4년의 임기 중 1년만 하고 그만두라고 한다면 불만없이 따를 수 있겠는가. 세 번째는 편가르기를 통한 양극화를 부추기는 것이다. 이흥수 구청장은 발언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동구주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동구비대위')를 정의당 소속 몇 사람이 모여서 자신의 일을 반대하기 위해 움직이는 모임이라고 일축한다고 한다. 그러나 동구비대위는 어느 한 정당이 모인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기관, 시민단체, 종교인, 개인의 자격으로 참여한 구민 등이 모여서 현재의 비상식적이며 일방적인 구정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서 한시적으로 모인 단체이다. 그런데 누가 봐도 일방적이며 잘못된 행정을 펼치고 있는 자신을 돌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마치 자신과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무조건 반대를 하기 위해서 모인 단체인양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말 심각하고 이해되지 않는 것은 지금 상황의 당사자인 구청장이 면담조차 거부하며 대화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구비대위는 물론이고 각 사회복지단체의 법인과 센터장들이 수없이 면담 요청을 했으나 특별한 이유도 없이 거부당했다. 구청장 본인이 최근에 발언했던 것처럼 본인의 지지자들과만 대화하고 일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을 지방자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지금의 동구를 '구청장 자치'로 표현하고 싶다. 솔선수범해서 법을 지켜야 할 구청이 기본적인 준법정신조차 없이 일을 추진한다면 동구에 살고 있는 어느 누가 구청장과 공무원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하루빨리 동구가 지금의 혼란스러운 '구청장 자치'를 극복하고, 다른 군구가 부러워할 만한 모범적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지역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