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밎에 허덕이는 시민들-중>유일한 법적 구제방안 파산>
기본 의식주 생활 가능토록
'개인 파산'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채무자에게 비치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다. 누구나 사업 또는 소비 활동을 하면서 빚을 질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의 전 재산으로 모든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파산은 이 같은 위기 상황에 처한 채무자가 빚을 정리하려고 스스로 파산 신청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인천시민 100명당 1명꼴 파산 신청
최근 5년 간 인천지법에 파산 신청을 한 시민은 3만명을 훌쩍 넘는다.

18일 대법원의 사법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인천지법에 접수된 파산 신청 건수는 총 3만4474건에 이른다. 인구 290만명인 인천에서 100명당 1명꼴로 재정 파탄에 이르게 된 셈이다.

법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부분 파산 선고를 내린다. 연도별로는 2010년 7656건, 2011년 7436건, 2012년 7631건, 2013년 6809건, 2014년(9월 기준) 4942건 등이다.

2013년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은 같은 해 2월부터 개인 파산 사건에서 파산관재인 선임이 의무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채무자가 숨겨둔 재산이나 소득을 찾아내는 파산관재인에 지레 겁먹고 파산 계획을 접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개인회생 신청자가 크게 증가한 데 따른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개인회생 제도는 일정한 수입이 있는 사람이 5년 동안 빚을 성실히 갚으면 나머지 빚을 탕감해 주는 제도이며, 신청 건수는 지난 2010년 3714건에서 지난해 1만3765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파산 제도 활성화돼야
채무자가 파산 선고를 받는다고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구제를 받으려면 법원의 면책 결정이 뒤따라야 한다. 면책은 파산자에 대해 파산 재판에서 변제하지 못하고 남은 채무의 책임을 면제시켜주는 제도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인천지부 류용성 계장은 "파산 제도는 채무자가 파산 신고 당시에 갖고 있는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분배하고 난 다음에 잔여 채무에 대해 면책을 받는 제도"라며 "채무자는 모든 재산을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도의 재산을 제외하고 나머지 재산을 나눠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파산을 신청한 채무자 대부분은 면책을 신청하기 때문에 파산 신청자와 면책 신청자 수는 엇비슷하다. 최근 5년간 인천지법에 면책을 신청한 시민은 총 3만4439명으로 같은 기간 파산 신청자 3만4474명보다 35명 적다.

면책 대상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기간 면책 대상이 되지 못한 시민은 1999명에 달한다. 대개 면책 불허가 사유에 해당해 변제 책임을 면제받지 못한 경우다. 면책 불허가 사유를 통해 비양심적이고 불성실한 채무자가 걸러지는 것이다.

파산 제도가 도덕 불감증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개인 파산 제도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천의 한 파산 전문 변호사는 "사람은 빚에 쪼들리면 근로 의욕이 상실되는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게 아니다"며 "살인죄라고 해도 징역을 다 살면 자유의 몸이 되는데 빚은 채무자를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파산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범준·구자영 기자·김혜림 인턴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