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허덕이는 시민들 - 상)파산 가정 실태
부도·폐업 등 변제능력 상실
1~9월 4942명 법원구제 요청
인천지역 '전국 세번째' 많아
지난 10월30일 인천 남구 주안동에 사는 일가족이 연탄불을 피워 놓고 세상을 떠났다. '빚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12살 여중생 딸도 부모의 비극적 선택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빚더미'에 올라 고통을 겪는 가정은 셀 수 없이 많다.

대한민국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빚더미'란 굴레 속에서 행복을 꿈 꿀 수 없다. 그렇다고 '빚 갚을 능력이 없다'며 삶을 포기하는 것도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찾아보면 분명 '빚더미'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빚의 그늘에서 벗어나 화목했던 가정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길'이 분명 존재한다.

본보는 '빚에 허덕이는 가정의 실태', '유일한 법적 구제 방안 파산', '더 나은 구제 방안' 등 세 차례의 기획 보도를 통해 빚의 굴레에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아보고자 한다.

#1. A(65)씨는 2000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소규모 건설업체를 차렸다. 초창기에는 저축을 할 정도로 수익이 났다. 하지만, 일거리를 주던 건설사가 부도가 나면서 공사 대금을 못 받는 등 고비를 맞았다.

A씨는 회사가 어려운데도 1억3500만원을 대출받아 1억7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입했다. 친딸이 결혼할 때는 혼수 비용을 마련하려고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고, 아내 명의로 사채를 빌렸다. A씨는 빚을 갚기 위해 공인중개사무소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영업이 잘 되지 않아 사무실 관리비도 못 낼 지경에 이르렀고, 2012년 9월 사무실 문을 닫았다.

현재 기초·국민연금과 60만원의 아내 월수입으로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A씨는 수 억원의 빚을 갚을 능력이 안 된다며 최근 인천지방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2. 2000년 시공업체 N사를 설립해 운영하던 B(54)씨는 그 다음 해부터 일거리가 크게 줄어들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사업 자금과 생활비로 충당했다. 상환 날짜가 다가오면 또 다른 은행에 대출을 받아 이른바 '돌려 막기'를 하곤 했다. 결국 B씨의 빚은 순식간에 5000만원으로 불어났다.

그런 상황에서 B씨에게 뇌경색증이 발병했고, 그는 작년 4월 뇌병변 5급 장애를 받았다. 말이 어눌해졌고, 계산 능력이 없어진데다 거동도 불편해졌다. 이 탓에 회사도 문을 닫고 말았다.

근로 능력이 사라져 더 이상 채무를 변제할 수 없게 된 B씨도 최근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17일 대법원의 사법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인천지법에 개인 파산을 신청한 자는 4942명에 달한다. 두 사례처럼 빚에 허덕이다가 결국 법원에 구제를 요청하는 시민이 매달 549명에 이르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인천지부 류용성 계장은 "인천은 전국에서 세번째로 파산 및 면책 사건이 많은 지역"이라며 "올해 인천지부에서 1만3000건의 사건을 수임했는데, 그 가운데 파산 관련 소송만 7000건이었다"고 설명했다.

/박범준·구자영 기자·김혜림 인턴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