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호 인천부평구갑 국회의원
올해의 국정감사도 국가정보원 등 일부 기관을 제외하곤 사실상 끝났다. 필자가 하반기 국회부터 활동하게 된 국회 상임위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로, 피감대상이 미래부와 그 산하기관,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 방송통신위원회 등 무려 70개가 넘은 기관인데 법적으로 정해진 20일간의 짧은 기간에 감사를 한 셈이다.
그 짧은 기간에 10여 차례 회의를 열어 질의와 응답을 하다 보니 어떤 날은 20·30개 기관에 대한 국감을 하루에 끝내야하기도 한다. 국감장에 불려나온 피감기관의 장이 단 한차례의 질의도 못 받는 것은 물론, 기관 소개도 못하고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재 국정감사 방식으로는 이들 기관들의 정책과 예산 집행 등을 세밀히 살피고 지적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한 기관의 예산과 집행 내역을 꼼꼼하게 살펴보겠다고 덤비는 순간 다른 피감기관의 감사는 손을 놓아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가로막혀 자료들은 쌓이고 진작 핵심이 있는 질의를 하지 못하게 됨은 물론이다.
피감기관들은 민감한 자료들을 감추거나 늦게 주기 일쑤고, 보낸 자료들도 더러 숫자가 맞지 않거나 심지어 통계를 조작하는 경우 등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수많은 전문 인력을 가지고 현장조사 위주의 감사를 하는 감사원과 달리, 피감기관이 제출하는 문서를 위주로 3~4명의 보좌진이 밤 세워 들여다보아도 한계점은 노출하고 만다.

국회의원이 질의하는 시간도 피감기관장의 답변시간까지 포함해 고작 15~20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피감기관장들도 상황만 모면하면 된다는 식으로 무성의한 답변을 하기 일쑤고 좀 집요하게 파고들자면 시간 초과로 어느새 마이크는 꺼져버린다. 변죽만 울리다 마는 꼴이다. 이를 때는 국회의원이 '밥상머리에서 반찬 투정하는 아이들'같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국정감사는 1987년 6·10항쟁의 성과로 부활됐다. 국정감사 제도가 부활된 지 30여년이 됐다. 30년 전 기준에 맞춰 현재 국정감사제도는 운용되고 있다.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30초 답변하려고 하루 종일 증인을 기다리게 해서 언론의 지탄을 받는 것도 국정감사제도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젠, 국정감사제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 변화의 선례는 미국의 국정감사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하원의회는 상임위원회별로 국정감사계획을 2월에 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하고, 3월말까지 내부논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결정하면, 일 년 내내 상임위별로 국정감사를 수시로 열면서 행정부를 감시 견제할 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발생하는 국내외 여러 상황들에 의회가 기민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의회의 상시적 국감은 현장조사에 집중하는 미의회회계감사원(GAO: General Accounting Office)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미국의 회계감사원은 회계감사와 평가는 물론 수사까지 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국회도 상임위를 통한 상시국감으로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국회에 감사기구를 두는 것도 이젠 적극 검토할 때라고 본다.
현재의 국정감사제도에서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부터 좋은 성적을 받기는 불가능하다. 국정감사 무용론과 폐지론까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평소에 공부 않다가 20일간 밤 세고 벼락치기로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는 없다.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국회로 거듭나는 방법은 상시국회로 전환하는 길 뿐이다.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를 주 1~2회 정기적으로 열어 국정감사는 물론, 산적한 각종현안을 신속하게 논의하고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개헌 논의에서는 전문인력을 갖춘 감사원을 국회로 옮겨 상임위 국정감사와 연계하거나 미국의 회계감사원 같은 기관을 국회 내에 두는 방안도 검토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