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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얼문화재단(이사장 지용택)의 제37회 '아침대화'가 있던 날이다. 1989년 4월 11일이었으니까, 벌써 25년 전이 된다. 이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은 '지역 사회와경제인의 역할'이란 주제로 한 강연에서 "영종도 새 공항 건설의 당위성" 주장과 함께 "인천의 각종 문화사업에 동참할 뜻"을 밝혔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의를 마친 후, 인터뷰에 응해 준 조 회장에게 필자가 "요즘도 사진촬영을 많이 하시는가?"고 물었더니, "내 취미가 여행과 사진인데, 여행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게 해 주고, 사진은 그 부산물"이라며 "최근 아펜젤러 목사의 손녀딸(마가릿 하일러)네에 가서 옛 사진을 복사해 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사진을 찍을 줄은 모르지만, 인천의 옛 사진을 모으고 있습니다."고 하자, 즉석에서 "내가 말해 놓을 테니, 내일 서소문 칼(KAL) 빌딩 홍보실에 가서 필요한 거 있으면 복사해 가라"고 했다. 사진애호가로서의 세심한 배려였다.▶이튿날 서둘러 홍보실을 찾았다. 직원이 아펜젤러 목사가 직접 촬영했다는 사진들을 보여 주었다. 1885년 4월 5일 감리교 선교사로 인천에 온 아펜젤러 목사는 인천내리교회의 초석을 세우고, 배재학당을 건립하는 등 왕성한 선교활동을 벌이면서 다양한 기록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칭 '아펜젤러 앨범'은 그가 남긴 영상 기록물 가운데 하나인데, 필자는 인천 지역사와 관련된 사진 70여장을 복사해 왔다. 대부분의 사진들은 촬영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던 아펜젤러 목사의 작품으로 기록적, 역사적 가치에 중점을 둔 것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1893년도의 '동학도 참수 사진'과 1894년의 '제물포 전경', 1895년의 '명성왕후' 국상, 1898년의 '내리교회 신도' 사진들이 눈에 띄었는데, 여백에 적은 촬영자 자신의 친필 설명과 그가 지역을 순방하며 활동했던 연도가 딱 들어맞아 신빙성을 더해 주었다. ▶필자는 조중훈 회장 덕분에 당시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전봉준 참수 사진'의 주인공이 '전봉준'이 아님을 밝혀내는 의외의 특종을 얻기도 했다. 본보에 이미 게재됐던 '아펜젤러 앨범' 사진을 최근 모 지가 느닷없이 '국내 최초'라고 한 것은 또하나의 오보이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