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수·이승철·김수철 등 동료와 팬들 애도 이어져
유족 눈물 속 입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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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 나비 리본과 턱시도를 입은 '마왕'은 당당한 표정이었다. 예쁜 딸을 낳아 준 아내를 위해 만든 신곡을 담아 2007년 발표한 재즈 앨범 재킷은 영정 사진이 됐다. 

지난 27일 세상을 떠난 신해철의 빈소에는 굳은 표정의 동료 가수와 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오후 1시 유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입관식이 치러진 후 본격적인 조문이 시작됐다.

오전 11시부터 빈소를 찾은 배철수를 시작으로 이승철, 김현철, 김수철, 박학기, 강인봉 등 동시대를 함께 한 가수들과 허지웅 등 방송에 함께 출연한 지인들이 비통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시나위의 신대철과 1990년대 같은 소속사(레볼루션 넘버나인)에서 한솥밥을 먹은 김혜림은 영정을 본 뒤 오열했다. 신해철과 넥스트에서 함께 활동한 기타리스트 김세황을 비롯해 현재 넥스트에서 함께 활동 중인 멤버들도 달려왔다.

조문을 하고 나온 이승철은 "해철이는 고 2때부터 부활 팬클럽 부회장이었다"며 "가요계의 심장, 브레인 같은 역할을 해줄 친구였다. 지금부터 일해야 하는데…. 이런 위치의 가수가 나오기 힘들다. 가슴이 아프다"고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이승철은 "다시 활동을 활발히 하려는 시기에 이렇게 돼 안타깝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김현철도 "충격적이었다. 어제 저녁 비보를 듣고 동료 뮤지션들과 바로 왔다. 그런데 어제는 빈소가 차려지지 않아 조문할 수 없었고 오늘 다시 왔다"고 말했다. 신해철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말을 묻자 입술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박학기도 "해철이는 입바른 얘기만 하는 친구가 아니라 남다른 감성을 갖고 있었다"며 "음악, 가사 모두 가볍게 튀는 게 아니라 두께가 있는 얘길 했다. 오늘 아침 딸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날아라 병아리'를 함께 들었는데 복받치는 감정 때문에 아이들을 내려주고 울었다. 해야 할 일이 많은 친구인데…"라고 슬퍼했다.

함께 온 강인봉도 "너무 일찍 갔다는 생각만 든다. 하나님께서는 필요한 사람 먼저 데려가신다는데, 여기에서도 많이 필요한 사람인데…"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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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도 길게 줄을 늘어서 조문에 동참했다.

이른 시간 빈소를 찾은 한 남성 직장인은 "초등학교 때 누나를 통해 신해철의 음악을 처음 접했다. 사춘기 시절 넥스트의 음악이 자의식 형성에 영향을 주고 때로는 탈출구가 되기도 했다. 소식을 듣고 믿어지지 않았다. 빈소를 보니 조금 차분해진다"고 말했다. 

대학교 친구들이라는 네 남성은 "고교 시절 신해철의 음악을 들은 친구들끼리 뜻이 맞아 조문하러 왔다"며 애통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소속사 관계자는 이날 오후 3시 장례식장 앞에서 브리핑을 통해 고인이 세상을 떠날 당시 상황에 대해 "계속 무의식 상태여서 말씀을 따로 남기진 않았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해철이 형 자녀들은 나이가 어려서 아빠가 돌아가신 상황에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는지는 모르겠다. 오늘도 웃고 우는 모습을 봤는데 나이가 어린 탓에 실감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부인은 크게 상심한 상태다. 힘들어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또 "고인이 마음 편히 가실 수 있게 악플을 자제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빈소 입구에는 조용필, 이승철, YG엔터테인먼트 등 가요계뿐 아니라 박노해 시인, 방송사 임직원 등 각계에서 보낸 조화가 자리가 비좁을 정도로 들어섰다.

발인은 오는 31일 오전 9시이며, 고인은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다. 장지는 미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