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사망·사건 이송 등 수차례 미궁
인천지검, 공소시효 앞두고 극적 검거
부동산 개발 57억 사기 혐의 3명 구속
피해자가 병으로 숨지고 사건이 수차례 이송돼 미궁 속에 묻힐 뻔한 57억원대 사기 사건이 검찰의 끈질긴 수사로 해결됐다.

인천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황현덕)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A(51)씨 등 3명을 지난 9월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은 또 같은 혐의로 B(63·별건 구속)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하면 거액의 수익을 얻게 해주겠다고 속여 재력가 C(2012년 사망 당시 82세)씨로부터 57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서울 황학동 중앙시장 재개발 사업 등 총 10개의 부동산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며 돈을 투자받은 뒤 실제로는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투자금을 개인 사업 자금으로 활용하거나 개인 빚을 갚거나 며느리에게 편의점을 차려 주는 등 사적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의 중심에는 B씨가 있었다. B씨는 1990년대 C씨가 토지 수용 보상금으로 2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벌 당시 부동산 중개를 해주면서 C씨와의 신뢰를 쌓았다.

이후 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C씨에게 돈을 빌려 수억원의 빚을 지게 되자,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A씨 등 4명을 차례대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B씨는 A씨 등 4명이 C씨로부터 투자금을 받아내면 '소개비'로 그 돈의 10~20%를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사건은 자칫 영구 미제로 남을 뻔했다.

지난 2012년 C씨가 병으로 숨진 뒤 그의 유족이 A씨 등 5명을 고소했지만, 이들의 주거지가 각각 다르고 피해자가 숨진 상황이다 보니 사건이 경기도 안양과 서울 등의 수사기관으로 4차례나 이송된 것이다.

마지막에는 별건으로 구속된 B씨가 수감돼 있는 인천구치소를 관할하는 인천지검으로 사건이 넘어왔다.

'무혐의' 또는 '미제'로 결론이 날 같았던 사건은 지난 2월 인천지검에 부임한 손진욱 검사가 A씨 등이 C씨로부터 받았던 수표와 범행에 사용된 계좌 등을 추적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손 검사는 이들의 투자금 사용처에서 C씨의 돈이 투자 목적이 아닌 사적으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공소시효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도망 다니던 A씨를 추적 수사 끝에 극적으로 붙잡는 활약도 펼쳤다.

손진욱 검사는 "수사관들과 함께 7개월 가까이 수사를 한 사건"이라며 "유족의 한을 풀어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