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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3시, 선학하키경기장. 대한민국 대 태국 팀 간의 '5인제 축구' 경기가 시작됐다. 관중은 예상과 달리 본부석 쪽 스탠드를 다 채운 상태. 응원 소리도 제법 컸다. 하지만 장내 방송은 계속 '정숙 유지'를 당부했다. 경기를 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골키퍼를 제외한 4명의 선수는 안대로 눈을 완전히 가린 채 밝은 진청색 필드를 누볐다. 그들은 공속 세 군데에 단 쇠구슬 소리를 쫓아가 공의 위치를 확인했고, 일단 발로 공을 잡은 후에는 양 발을 번갈아 쓰며 드리볼해 적진을 돌파했다. 그 과정이 마치 육탄전 같았다.

▶소리에만 집중해 달리다보니, 상대는 물론 동료 선수와도 엄청난 힘으로 부딪혀 부상자가 나왔다. 때마침 비행기가 경기장 위를 지나가자, 심판이 잠시 경기를 중단시켰다. 재개된 시합은 일진일퇴를 거듭했으나, 골 넣기는 생각보다 힘들어 보였다. 0:0, 전반전 25분이 끝났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몇 차례 찬스를 놓쳤던 태국 선수들의 힘이 좀 떨어진 듯 보였다. 이때 스탠드 뒤에서 스포츠 아나운서와 다름없는 화술과 지식을 구사하며 경기를 중계하는 소리가 들렸다. 전교생을 이끌고 응원 나온 인천혜광학교의 박홍길 교사였다.

▶응원석에 앉은 학생들은 무선 이어폰을 통해 '사설(私設) 중계방송'을 들으며 환성을 지르기도 하고, '타임 이웃' 때는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박수 응원도 했다. 인천혜광학교 명선목 교장, 임남숙 광명원 원장, 이상봉 사진가 등도 이들과 자리를 함께해서 힘을 보탰다.

▶이날 전후반 경기를 뛴 장애 선수는 장연준, 김병훈, 김경호, 신윤철. 이중 장 선수를 제외한 3명은 모두 인천혜광학교 출신의 국가대표로서 학교에서도 '5인제 축구'를 익혔다고 한다. 초·중·고 3개 학년 체육시간에 기본기를 착실히 가르쳐 온 혜광학교야말로 '5인제 축구' 의 명문교가 아닐까 싶었다.

▶최종 승부는 0:0. 관중들은 박수로써 선전한 선수들을 격려했다. 비록 중국, 스페인, 브라질 등에 기량은 뒤지지만, 두 나라 선수들이 다 장하게 보였다. "불가능이 우리를 이끈다"는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의 주제가 다시금 떠올랐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