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회 조례 폐지 조례안 통과…재정난 우려
인천시 동구가 지난 수년간 모아온 청사 건립 기금 130억원을 사용 계획도 없이 무작정 일반 회계로 전환하려는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받고 있다.

청사 기금은 살림이 빠듯한 동구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묶어뒀던 돈이어서 향후 재정이 어려워질 때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는 지난 20일 열린 동구의회 조례심사특별위원회에서 '신청사 건립 기금 설치·운용 조례 폐지 조례안'이 통과됐다고 22일 밝혔다. 기금으로 묶여 그동안 쓰지 않고 모아둔 돈을 내년부터 본 예산에 포함시켜 지출하려는 것이다.

청사 기금 조례안은 좁고 낡은 구 청사를 새로 지어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2000년 제정됐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금은 131억원에 달한다. 구는 지난 2008년 청사 별관을 신축했고, 2012년 본청을 증축해 장기간 청사 이전 계획이 없다며 기금 조례안 폐지를 추진했다.

하지만 조례심사특위에선 구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구체적 사용 계획도 내놓지 않은 채 기금을 일반 회계로 돌려 지출하면 낭비로 이어지고, 결국엔 재정이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순자 의원은 "청사 기금은 구 살림이 어려울 때를 대비한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다. 지난 5~6대 의회에서도 지키고 아꼈던 돈"이라며 "동구는 예산과 인구가 적지만 청사 기금이 있어서 든든했는데, 사용 계획도 없이 기금을 헐어버리면 희망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영우 의원도 "기금을 폐지하려고 하면서도 큰 틀에서의 계획안도 없다. 131억원을 어떻게 쓰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폐지 조례안은 격론 끝에 몇몇 의원들이 반발하며 자리를 떠난 채로 통과됐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시 재정이 어려운 형편이라 내년 예산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다. 사업을 줄일 수도 없고,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기는 적절하다고 본다"며 "예산안이 나오면 의회와 논의해 청사 기금을 신중하게 쓰겠다"고 밝혔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