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모인 시민의 열망은 '힘 있는 시장'을 택했다. 민선 6기 유정복 인천시장이 내걸었던 이 구호는 그동안 정부로부터 소외된 인천지역의 정체성이 압축된 '맹아'였다. 정부를 상대로 인천을 말하고 합당한 지원을 받아 지역 발전을 이루자는 시민의 바람이자, 인천의 정체성을 다시 세울 기회이기도 했다.

이제 유 시장이 시정을 맡은 지 100일하고도 2주일이 더 지나고 있다. 그동안 시는 시정비전과 10대 핵심과제를 발표해 미래의 인천상을 그려냈다. 이제 구체적인 공약 실현 방안을 내놓으며 한발 나아가야 할 시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재정개혁이라는 '칼'이 사방을 난도질 중이다.

물론 재정개혁은 필요하다. 민선 4기가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과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최로 재정을 망가뜨렸고, 민선 5기는 치유에 실패했다. 그렇다면 민선 6기가 이를 만회해야 한다. 전체 예산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배국환 시 정무부시장의 발언은 정통 재정관료의 입장에서 그야말로 온당하다.

문제는 재정개혁이 그야말로 재정만 손대고 있기에 벌어진다. 예산 사업마다의 특징과 이에 얽혀있는 수 많은 시민이 있다. 출산장려금이나 복지 시설 인건비 삭감 등으로 당장 시민들은 피해를 입게 됐다. 시가 인건비나 사업비를 지원했던 단체나 센터, 기관들도 당장 밥벌이에 신경써야 할 상황에 놓였다. 재정관료에게 예산은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떤 이에겐 생명줄과 같다. 해결책 없는 예산 삭감이 폐혜를 불러오면 이를 치유하는 데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예산을 깎는다면 담당 사업부서 공무원은 이에 맞춰 대안을 내놔야 한다. 예산 삭감이 알려지자 벌써부터 '힘 있는 시장'에 대한 실망섞인 목소리도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시민이 유 시장을 뽑아 준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스스로 힘이 있다고 자부했기 때문이다.

아마 첫 번째 평가는 정부가 시에 지원하는 보통교부세의 규모에서 갈릴 것이다. 그런데 배 부시장은 "노력은 하고 있지만 내국세가 줄어 많은 돈을 끌어오진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시 재정을 옥죄는 지방재정위기 사전경보제도의 기준 중 하나인 예산대비 채무비율도 바꾸지 못했다. 아직 임기가 3년 넘게 남았는 데 벌써부터 핵심 구호에 금이 가는 모양새다.

내년 예상 세입액과 세출액의 차이는 8000억원이 넘는다. 시는 이대로 사업예산을 깎아가며 숫자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겨우 100일하고 2주일이 지났을 뿐이다. 인천시민은 힘 있는 시장의 '힘'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