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심의위 통과
시, 20년간 연110~140억 투입…혈세먹는 하마 될 판
경제청 내년 착공 예정…市 고위직 "부적절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 컨벤시아 2단계 건설을 민간투자사업(BTL)으로 실시하며 향후 20년간 매년 110억~140억여원의 혈세를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가 심각한 재정난으로 재정 개혁에 나선 상황에서 민자사업 시행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천경제청은 송도컨벤시아 2단계 건설 사업이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 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위원회는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민간투자사업을 실시하기에 앞서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능을 한다.

이 사업은 송도 컨벤시아를 확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지면적은 10만2166㎡, 건축 연면적은 6만3700㎡에 이른다. 전시 및 회의시설, 업무시설 등이 종합적으로 포함된다.

이 사업은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된다. 민간자본을 이용해 우선 건물을 짓고, 향후 갚아나가겠다는 것이다. 운영도 민간에 맡긴다.

인천경제청이 내놓은 시설임대료와 운영비 등을 검토한 결과, 시는 2018년 112억3400만원을 시작으로 2037년 143억4800만원까지 20년간 총 2531억19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정부도 같은 기간 1445억5600만원을 낸다. 총투입 비용은 3976억7500만원에 이른다. 만약 이 시설을 순수한 재정사업으로 진행하면 예상 투입비용은 1541억8300만원이다. 민자사업 특성상 향후 20년간 건설비와 운영비를 나눠내느라 총 지급 비용이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인천경제청은 지표금리 3.12%, 가산율 1.18%, 수익률 4.3%를 적용한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송도컨벤시아 2단계 건설은 이 지역의 마이스 산업(MICE, 기업회의·인센티브관광·국제회의·전시사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인천경제청은 그동안 송도 내에 마이스산업 발전을 위해선 이 시설이 건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경제청은 곧 인천시의회로부터 민자사업 시행을 위한 의무부담행위 동의안을 승인받은 뒤 내년 상반기 민간사업자 제안 및 심사를 거쳐 착공할 예정이다.

예상 사업 기간은 내년 6월부터 2017년 12월까지다. 민간사업자의 운영 기간은 2018년 1월부터 2037년 12월까지 총 20년이다.

문제는 이 사업의 시행 시기다. 시는 최근 극심한 재정난을 호소하며 예산 개혁에 착수한 상태다. 각 부서별로 예산을 크게 삭감하고 있는데, 인천경제청만 수 천억원 규모의 신규 사업을 들고나온 것이다.

시 고위 관계자는 "우리와 협의가 없었다. 오늘 사업을 확인하고 매우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며 "지금 기조에 맞지 않는 데다 민간투자사업이 '혈세먹는 하마'로 비판받는 상황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송도 마이스산업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느냐.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