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충격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대형 유람선이 좌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9월30일 전남 신안군 홍도 해상을 지나던 171t 유람 관광선이 암초에 부딪혀 좌초됐다. 유람선에 타고 있던 승객 104명과 승무원 5명 등 109명은 다행히 전원 구조됐다. 사고 소식 20여분 만에 구조가 완료됐지만 유람선은 선수 부분이 물에 잠긴 상태였다. 생각 만해도 아찔한 상황이었다. 세월호 사고 직후, 현재 해상 안전은 줄곧 화두였고, 정책 우선 과제이기도 했다. 안전한 한국이 전부였다. 이렇다 보니 인천항을 포함해 전국에서 여객선 안전점검이 요란스럽게 진행되기도 했다. 관계기관이 대거 동원돼 구명조끼부터 다양한 구조장비 등을 잇따라 점검하기에 이르렀다. 점검 과정은 또 전에 없이 까다롭게 진행돼, 아무런 문제 없이 운항을 잘 해 오다 출항 정지를 당하는 여객선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홍도 유람선 침몰사고는 그 요란한 점검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사고 선박은 지난 1987년 7월 일본에서 건조돼 27년이 넘었다. 1994년 건조된 세월호보다 무려 7년이나 더 낡았지만 5월 운항 허가를 받았다. 일본 중고선으로 정원을 350명에서 500명으로 늘린 것도 세월호와 꼭 닮은 꼴이다. 또 유람선에는 성인용 구명조끼 640벌, 어린이용 91벌, 구명환 75개, 25인승 구명 뗏목 4개가 있었지만 승객이 구명장비를 찾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일부 장비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도 못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떠들썩하게 전국적으로 진행됐던 안전점검 역시 허술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정부 조치가 보여주기 식이었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게 됐다. 게다가 주민들이 낡았다는 이유로 유람선이 위험하다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관계기관에 제출했지만 운항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안전대책에 금방이라도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 되는 것이 그 이유다. 여론을 의식해 마구 던지는 대책이 아닌, 해상 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지금부터라도 다시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