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떠한 시연회 또는 정치적·종교적 선동 행위도 아시안게임 장소, 경기장은 물론 아시안게임과 관련된 다른 지역에서도 금지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헌장 36조다. 요즘 이 조항이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르고 있는 여러 분야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한 교회가 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들, 특히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믿는 외국인들을 선교하겠다며 선수촌과 각 경기장 등을 찾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천의 한 교회 신자들 10여명은 지난 20일 구월동 선수촌 웰컴센터 앞에서 러시아어로 적혀있는 팸플릿을 선수들에게 나눠주며 선교활동을 펼쳤다. 이 교회 신자들은 같은 시간 서구 주경기장과 연수구 선학경기장 인근에서도 선교활동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선수들에게 나눠준 팸플릿에는 성경의 일부 구절과 함께 예수를 믿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제는 힌두교를 따르는 이란을 비롯해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 이슬람권 국가 선수들에게도 러시아어로 적힌 팸플릿을 나눠주며 선교활동을 펼친 점이다. 이에 팸플릿을 받은 몇몇 선수들은 곧바로 웰컴센터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조직위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 인천시를 통해 OCA 헌장 36조를 공지한 뒤 활동 자제를 당부했다. 또한 기독교 단체가 경기장 입구에 선교 활동을 위한 부스를 설치하려는 데 대해서도 같은 내용을 알리고 설치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교의 자유가 있지만, 국제대회가 열리는 기간에 타 종교를 신봉하는 외국인들에게 굳이 이런 선교활동을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심각할 경우 외교적 마찰도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조직위원회도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모든 사람들에겐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 누구도 자신들의 종교를 강요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오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선교에 나서는 사람들을 많이 봐 왔다. 그렇게 좋은 일을 할 때 사람들은 스스로 믿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법이다. 선수촌이나 경기장 앞에서 선교 활동을 했거나 하려는 일부 교회나 신자들도 이 같은 인식을 갖고 상황을 헤아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