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가대표팀 국제경기 선전
오늘 홍콩전 … 첫 승 역사 도전
▲ 2014인천아시안게임 첫날인 20일 서구 크라켓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예선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배트맨(공을 치는선수)이 스윙을 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엄마 이제 보네." "언니 최고였어."

지난 20일 오전 인천 서구 연희크리켓경기장. 중국과의 여자 크리켓 예선 첫 경기를 끝낸 한국 선수들이 나오자 누군가는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누군가는 선수를 품에 안았다.

꽃다발을 들고 온 가족은 눈시울을 붉혔다. 1977년생부터 1995년생까지 18살의 나이 차이. 두 아이 엄마부터 전직 운동선수, 대학생 등 다양한 출신. 이들에게 '처음'은 각별한 의미였다.

첫 태극마크였고, 첫 국제경기였다. 연희경기장에서 펼쳐진 첫 공식 경기이기도 했다. 비록 경기에서는 중국에 패했지만, 선수들의 얼굴에는 아쉬움보다 여전히 가시지 않은 흥분이 남았다.

한국은 그동안 크리켓 저변이 취약해 대표팀을 꾸릴 수도 없었다. 크리켓은 지난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한국이 출전하지 않은 유일한 종목이었다. 지난 겨울 전지훈련과 대표 선발전을 거친 여자 대표팀 15명은 모두 인천크리켓협회 소속이다. 이들이 없었으면 인천아시안게임 전 종목 출전도 불가능할 뻔했다. 이날 경기는 '9개월'과 '9년'의 대결이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한국과 달리 중국은 오랫동안 크리켓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경기 초반 공격이 풀리지 않았지만 이은진의 활약이 이어지고, 송승민이 친 공이 중국 수비수들을 지나 펜스를 향해 굴러가자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크리켓은 야구와 비슷하다. 볼러(투수)가 던진 공을 배트맨(타자)이 쳐서 점수를 뽑는 경기다. 다만 양팀이 20오버(1오버는 공 6개)의 공격 기회를 한 차례씩 갖는다는 점이 다르다.

한국은 이날 49점을 내고 수비에 들어갔지만, 중국이 15오버 만에 한국 점수를 넘어서면서 49대 50으로 졌다. 주장 오인영은 "첫 경기라 긴장을 해서인지 평소에 안 하던 실수도 나왔지만 준비한 시간에 비해 경기를 잘 치렀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22일 홍콩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역사적인 첫 승에 도전한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최선 다하는 딸 자랑스러워"

박진습 父 박형남씨 인터뷰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박형남(50·사진)씨에게 딸은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운 존재다. 여자 크리켓 국가대표팀의 역사적 첫 경기가 펼쳐진 지난 20일 연희크리켓경기장, 박진습의 아버지인 그는 "오늘은 여러 모로 의미 있는 날이라서 성적을 떠나 축제 같은 기분으로 관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습은 단국대 체육교육학과 졸업을 앞둔 지난해 크리켓을 처음 시작했다. 근대 5종 경기도 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하고, 겨울에는 스키 선수로도 활동할 정도로 원체 스포츠에 다재다능한 선수였다. 하지만 크리켓이라는 종목은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박씨는 "근대 5종도 그렇고, 원래 딸이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는 성향이 있다"며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으로도 장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장비는 물론 연습 상대조차 구하기 힘들었다. 낯선 운동이라서 컨디션 조절도 쉽지 않았다.

단적인 예가 부상이다. 크리켓 여자 대표팀 선수 대부분은 부상을 안은 채 뛰고 있다.
그가 바라는 건 하나다. "여자 대표팀 선수 모두 다치지 않고 경기를 무사히 마치는 것"이다. 멈추지 않는 그들의 도전이 금메달의 영광보다도 값지기 때문이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