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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가 눈에 띄지 않았다. 관중 동원 실패로 국제적 망신을 당할 거라는 매스미디어의 호들갑스런 우려가 불식되는 순간, 안도의 숨을 크게 내쉬었다.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국내외 관중들의 성원에 인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속으로 감사를 드렸다. ▶부평구 풍물놀이단 등의 손님맞이 공연에 이어 다함께 주경기장이 떠나갈 듯 외친 '카운트다운.' 지난 7년간, 무엇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는 여건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순간을 위해 애를 써 왔을까 생각하니 한 순간, 한 순간을 놓칠 수가 없었다. ▶개막식 행사를 보는 시각은 백인백색으로 달랐을 터이고, 과도한 한류 스타의 기용, 진행상의 연결성 미흡 등 틈새도 있었지만, 국력 과시용 공세적 프로그램들과는 차원이 다른 무대였다. 한 배를 탄 '우리 아시아'가 사랑과 평화의 내일로 나아가자는, 소박하지만 절실한 큰 꿈을 읽었다. ▶개최지 인천의 역사적 발자취를 소개한 것도 눈에 띄었다. 개척자적 의지로써 인천에 당도해 나라를 세웠던 이주민의 선구자 '비류'와 아시아의 정신적 가치로 살아 숨 쉬는 '효'의 상징 '심청'을 동시에 등장시킨 것은 창조적 상상력의 소산으로 보였다.▶두 인물을 통해 '한국의 근대화'를 이끌었던 인천의 역사적 소임을 최초의 등대, 우편제도, 전화, 철도로써 형상화했고, 인천국제공항을 등장시켜 인천이 그 옛날부터 현대 우주항공의 시대까지 명실상부한 국제항임을 부각시킨 점도 주목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막식 프로그램에 '한류만 있고, 스포츠가 없다'고 비판하지만, 눈꼴사나운 국수주의적 힘자랑보다는 신선한 발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우편 체조(郵便體操)'를 선보였던 것과 한국 스포츠의 오늘을 있게 한 체육인들이 등장해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던 장면들을 다시금 기억하고 싶다. ▶국내와 일본의 일부 매체의 부정적인 개막식 코멘트는 인천 지역사와 우리나라 개화사의 역사적인 고뇌와 그 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 말로 여겨진다. 또 개막식에 '아시아가 없다'고 열을 올려 비판하지만, 그런 그들의 '아시아'는 그간 어디에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