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시인
세월이 화살처럼 지나간다. 슬픔에 젖어 피 눈물 흘리는 세월 보내는 중 지방선거 끝내고 뭔가 정리되고 안정을 찾나 싶었는데 병영문제가 또 고개를 들고 놓아주질 않는다. 가도 가도 끝도 없는 다사다난의 연속, 어떻게 해야 될까.
나 자신을 바보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9월 독서의 계절이니 책만 읽는 바보 간서치(看書痴)로 말이다. 이조의 <간서치전>(看書痴傳)을 썼던 이덕무(1741~1793)가 곧 책만 읽는 바보로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 의하면 독서는 곧 '힐링' 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슬픔이 닥쳤을 땐 사방을 둘러봐도 막막하여 땅이라도 뚫고 들어가고 싶으나 다행히 나는 두 눈이 있고 글자를 알아 책 한 한권을 들고 마음을 가다듬어 보면 조금 지나 가슴속에 슬픔이 가시고 어느새 안정이 된다."라고 하였으니 이 시대에 안성맞춤인가 한다.
흉한 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등 따습고 배부르면 생각나는 것이 무엇일까 묻지말고 각자의 자유스런 생각에 맞겨보면 거개가 '여자'와의 진한 생각일 것이다. 배부르고 등 따습다면 참으로 편안한 상황인데 독서는커녕 엉뚱하기 그지없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배고프지도 배부르지도 않으며 마음이 화평하고 기쁘며 몸도 건강, 등불마져 환하고 책이 정돈되고 청결하면 독서 할 마음을 누룰 수 없다고 하는 옛 선비들에 비하면 우리의 독서문화는 어떻게 변질 되었나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독서의 영향이 막대한 청소년기에 우리의 실정은 입시수험서가 아니면 읽을 생각을 않고 읽어도 수험용으로 읽고 있으니 참으로 않타까운 일이 작금의 실정이다. 글 좀 읽었다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온갖 추행도 오로지 하나의 정답으로 치부하는 입시와 출세만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도서습관과 독서의 길잡이가 부재하여 생기는 일이 아닐까 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독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문을 교류하고 의견을 나누고 치유하는 시책이 필요하고 어린이들의 독서를 위한 멘토링이 절실히 요구된다. 독서의 습관과 태도 그리고 수준을 진단하여 방법을 일러주는 어른들의 길잡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굶주릴 때 책을 읽어 배고픔을 이겨내고 추울때와 근심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며 따뜻함을 찾고 천만가지의 상념을 버린 조상의 지혜는 시사하는바 크며 감기에 좋은 처방의 독서는 기를 생성, 기침을 멈추게 하였다니 독서란 책 읽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극한을 이기는 또 하나의 치유가 아닌가 한다.
무릇 "독서를 하면 그 혜택이 천하에 미치고 그 공덕이 만세에 드리운다"했던 연암 박지원의 말은 이 독서의 계절에 어울리는 명언이다. 마음에 안든다고 막연한 감정을 앞세워 주먹질이고 치약도 모자라 죽은 파리를 입에 넣고 먹으라는 전대미문의 고통도 또 모자라 죽이기까지 하는 병영문화는 어떠한 방법론을 써도 어렵다는 생각 뒤, 왜 독서문화는 병영생활에 뛰어들지 못했는지 모를 일이다.
분명 책속에 길이 있건만, '삼정검(三精劍)'과 '목제지휘봉'말고 어느 한 손에 책을 쥔 장성들이 있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많다. 속도의 시대가 낳은 젊은 괴물들의 흉포함 분명 독서로 고칠 수 있건만 시도는커녕 속수무책이다.
2011년 인천은 '책의 수도'로 선정되어 책과 책읽는 도시로 거듭난다. 전 세계가 어떠한 걸림돌 없이 책을 매체로 새로운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며 문화적 혁명의 공간을 위한 인천은 또 다른 인문의 올림픽을 연다. 책 읽는 인천으로 쌓아놓는 '책의 수도' 인천이 아니라 간서치로서의 300만 시민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