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수도권매립지 주민지원협의체 위원
북한이 AN2기를 이용하여 특수부대를 남파한다면 어떤 시설을 점령하는 것이 가장 위협적일까 라는 농담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필자는 수도권매립지라고 답했었다. 당시 쓰레기 반입 기준을 지키지 못해 반입을 금지 당한 지방자치단체의 어려움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해당 지자체들의 골목마다 수거하지 못한 쓰레기가 쌓이는 대란이 발생했던 것이다. 쓰레기 처분을 주로 매립에 의존하던 과거에 비하여 쓰레기를 관리하는 방법도 다변화되었고, 무엇보다 쓰레기 발생량이 크게 줄어 수도권매립지의 영향력은 많이 감소하였다. 그러나 폐기물 매립지는 폐기물 관리에 있어 최후의 보루이자 일종의 안전망이다. 따라서 '쓰레기 매립 제로'를 지향하는 오늘날에도 매립지는 존재 이유가 있고 매립지의 확보는 폐기물 관리에서 간과될 수 없다.

서울시내에 있던 난지도매립장 종료에 따라 인천시와 경기도 일대 간척지에 조성된 수도권매립지는 수도권 58개 시·군·구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의 일부 약 3000t/일씩 처리하고 있는 폐기물최종처분시설이다. 수도권매립지가 담당하는 지역은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의 거의 절반이 그 곳에서 처분되는 셈이다. 그 수도권매립지의 사용이 2016년 말로 종료될 수 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쓰레기 위기가 조용히 다가오고 있다.

수도권매립지는 폐기물관리법 제5조에 근거한 광역폐기물처리시설로서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운영하고 있다. 제1매립장은 1992년부터 매립이 되어 2000년 종료되었고 상부에 조성된 골프장에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이 개최될 예정이다. 현재 85% 가량 매립된 제2매립장은 2016년 말 매립종료 될 것이며 2017년부터 수도권매립지내 제3매립장에서 신규매립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제3매립장 건설 허가권을 가진 인천시는 그동안 인천시민에 피해를 입혀온 수도권매립지를 폐쇄하기로 하고 제3매립장 건설을 불허하고 있다. 즉 서울시와 경기도는 물론이고 인천시도 새로운 매립지를 속히 구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이미 던져졌고 해답 마감은 임박했다. 그러나 이와같은 인천시의 공언이 사실이라면, 지금쯤 소각로나 대체매립장을 건설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 증거로는 최근 5년간 건설된 국내 6개 신규 매립장의 사례를 보면 인천시 인구보다 훨씬 적은 인구 50만 규모의 시군구의 소규모 매립장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인·허가와 설계 및 시공 등에만 40개월이상이 소요되었다. 여기에 환경영향평가법이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주민협의절차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이 추가로 소요될지는 예측하기도 어렵다. 더욱더 후보지 주변 주민들을 무슨 논리로 설득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사업논리의 부재와 물리적인 시간의 제약은 사업자체의 추진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아니 현실이다. 한 예로 인천시 신·시·모도가 대체매립장 후보지중 하나라는 내용의 신문기사화 된 후 그 다음날 신·시·모도의 주민들이 집단으로 반발했다는 기사 내용이 있다.
님비 현상의 대표적 시설인 폐기물매립지를 주변에 두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설물의 완성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입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여야 하나 새로운 매립지를 만들기에 남은 시간이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부의 불이익을 요구할 수는 없으며, 매립지 유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영향에 대한 정밀한 예측과 유후부지를 활용해 테마파크와 같은 실질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등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시설과 혜택이 없다면 새로운 매립지를 만드는 것도 기왕에 만들어진 기존 매립지를 계속 이용하는 것도 모두 불가능하다. 관련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하루 빨리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 잠재적 불안 요소를 해소해야 한다. 만약 이해당사자들이 관공 행정에 치우쳐서 주민의 민심을 얻지못한 의미없는 공염불인 합의를 만든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재난을 피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수준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될 것이다. 단수와 단전을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는 그 어려움을 상상하기 어렵다. 쓰레기 수거가 중단되어 동네에 쓰레기가 쌓여 간다면 그로 인한 불편과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더군다나 그 기간이 언제 끝날지 기약조차 할 수 없다면 그것은 분명 우리가 만든 또 하나의 '피할 수 있었던'재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