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5)
신용석.jpg
파리의 고급주택가인 빠시에서 일주일에 세 번씩 서는 재래시장에서 프랑스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알려진 여배우 까뜨린느·드느부를 만나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였다. 시장 보러 나온 시민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드느부에게 한국 신문의 파리 특파원이라고 직함을 밝히고 인터뷰를 신청했었고 세계적인 여배우는 그 후 단독 만남을 마련해 주었다. 파리의 재래시장이 드느부와의 만남을 주선해준 셈이다. ▶파리에는 우리나라처럼 고정된 재래시장은 없지만 동네마다 일주일에 2~3번씩 시장이 선다. 채소와 과일을 비롯하여 육류와 생선류 등을 파는 상인들이 적게는 1백여 명 많은 곳에는 기백명이 좌판에 신선한 식료품들을 놓고 손님들을 부른다. 재래시장의 가격은 대형매장보다 비싸지만 시민들은 시장에 나가는 것을 즐겁게 여긴다. 신선한 식품을 살 수 있을뿐더러 시장에서 자주 만나는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활기찬 시장 분위기를 통해서 사회의 구성원임을 서로 확인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오래전부터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대형매장을 찾고 상류층들이 오히려 동네마다 서는 시장을 찾는다는 말이 있었다. 시간에 쫓기고 가족이 많은 가정일수록 자동차로 대형마트에 가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소비할 식품들을 다량으로 사온다는 것이다. 소득이 높고 삶의 질을 우선하는 가정일수록 동네시장이나 정육점들을 이용한다. 전 세계 대도시들 중에서 파리만큼 곳곳에 정육점이나 제과점 등 식품 가계들이 많이 있는 곳은 없다. 파리시에서는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가계 폐업을 막는다.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은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해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매스컴에서도 연례행사처럼 재래시장 활성화를 화두로 삼지만 일 년 내내 지면을 통해서는 대형마트의 전면광고와 함께 경제면 기사로도 매일 상품선전을 무상으로 기사화해준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때가 되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재래시장이다. 선거와 정치인들에게 관심이 없다 보니 재래시장을 찾아가 상인들과 악수하고 인사하는 것이 공식화되었다. 최경환 부총리가 전통시장 활성화 계획을 밝혔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염두에 둔 엉뚱한 예산낭비로 느껴진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