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보선 인천만수고등학교 교감
현재 우리 사회는 가진 자가 더 많이 갖게 되는 구조 속에서 꿈도 희망도 없는 어려운 여건의 학생들이 너무 많다. 2014년 6·4 지방선거와 함께 17개 시도교육감 중 13개 시도에서 진보교육감이 탄생했다.

많은 사람들은 보수 단일화 실패로 또는 지역적 성향 때문에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다고 평가하지만 필자는 교육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이 하늘과 통해 진보교육감 시대가 탄생했다고 감히 외치고 싶다.

진보교육감의 성향도 다양할 것이다. 급진적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교육감. 점진적 변화를 시도하려는 교육감. 어찌하든 4년 동안 각자의 진보교육감이 펼치고자 하는 교육정책, 학교문화를 실현하고자 할 것이다.
허나, 그 기본에는 정직과 정의가 살아있는 학교, 꿈도 희망도 없는 어려운 여건의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학교, 행복을 주는 학교, 미래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시민을 기르는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는 열망이 있을 것이다.

인천 역시 진보교육감이 탄생했다. 교육정책과 교육문화 변화에 작은 소망을 꿈 꿔온 필자는 행복교육준비위원회 교육감 인수위 조직혁신분과 전문위원으로 자청해 참여했다. 그리고 신임 교육감 공약인 일반고 살리기 TF팀에도 참여해 나름 최선을 다했다. 3일 연속 2시간만 자며 일한적도 있었고, 토·일요일도 능력은 미약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역량을 다했다. 왜냐 묻는다면, 인천의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희망의 등불이 꺼져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필자의 정확한 판단일지는 모르지만 서울의 일반고 살리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부는 아니지만 중학교 내신 15%까지는 특목고, 자사고에 집중 입학한다.

15~20%는 일반고에, 60%까지는 특성화고에 그 이하 하위권 학생들이 다시 일반고에 입학한다. 일반고의 학급은 60~100% 아이들이 학급을 주도하기 때문에 교사들도 이제는 학교가 두렵다. 교사가 학생을 두려워하는 순간 행복교육 실현은 불가능하다. 서울은 자사고 폐지를 선언했지만 학교와 학부모의 반대로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인천은 그래도 작은 희망은 있다. 특목고와 자사고 학교 수가 적어 중학교 내신 5~20% 학생들이 일반고에 입학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마저도 학교별 인지도의 차이에 따라 상위권 학생이 많은 학교와 하위권 학생들이 많은 학교로 나뉘어 학교별 서열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인천의 일반고 교육 현실은 희망의 등불이 점점 어둠의 늪으로 빠져가고 있다. 오는 2015년 송도에 포스텍 자사고가 설립되고, 2016년 인천과학예술영재고가 설립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인천시교육청은 포스코자사고에 지원할 예정인 40여억원을 지원하지 않기로 해 법정 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인천 과학예술영재고는 황우여 연수구 국회의원(현 교육부 장관)의 공약으로 추진되어 현재 설계가 완성되고 착공만 남긴 상태다. 한 학년 80여명 모집에 인천학생은 20여명, 그 외 학생은 전국에서 진학할 수 있다. 아마도 서울 강남과 목동, 경기도 일부 우수학생들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2016년 개교와 더불어 매년 40억원 이상 학교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일반고에 지원되는 교당 운영비는 3억여원에 불과하다. 수월성 교육의 미명 아래 이러한 심각한 차별을 묵인하거나 수용하고 있는 인천교육 가족과 인천시민이 원망스럽다. 초·중등 교육에 진보, 보수가 따로 있단 말인가. 그런데 진보든 보수든 중립이든 이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필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이대로는 아니라는 생각은 버릴 수가 없다. 헌법 제31조 1항에는 '교육의 권리란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말한다'라고 하고 있다. '능력에 따라'라는 문구에 기대어 차별을 극대화하는 평등도 괜찮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더 이상 수월성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차별받는 교육의 평등권을 짓밟지 말아야 한다. 인천 학생들은 과학예술영재고를 추진한 H모 장관의 학생도 아니며, 전임 교육감의 학생도 아니다. 미래 이 나라를 짊어질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우리의 후손들이다. 세월호의 비극, 군부대 폭력과 가혹행위, 상당수 고위층들의 잘못된 행적들, 학교폭력의 증가, 이 모든 것의 시작은 공부만을 강조해온 성적 지상주의가 가져온 폐단이 아니던가.

보수든, 진보든, 중립이든 교육지도자들은 자신의 자리만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지, 학부모는 학교의 눈치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신임 인천시교육감은 이제 진보의 교육감도, 보수의 교육감도 아닌 평등을 말하는 교육감이 되어야 한다.

감히 외치고 싶다. 인천의 일반고가 무너진 이후 이제 더 이상 우리 어른들은 인성교육을 말하지 말자.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참교육을 말하지 말자. 필자를 비롯한 인천교육 가족 모두 더 이상 교육의 평등권을 말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