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2010년초 학계 용역의뢰 … 보고서 제출
대응책 시급 지적·KT&G 사건 축소판 소개도
관계자 "당시 심각성 미인식" … 뒷북행정 빈축
정부가 4년 전 대규모 면세 담배 불법 유통 사건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국내 담배 산업의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한 불법 유통 방지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지난 2010년 초 학계에 '담배 제품 불법 유통 방지 시스템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이후 용역을 맡은 연구책임자 장모 교수 등은 같은 해 6월 기재부 장관에게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국내 담배 불법 유통 현황과 분석', '담배 불법 유통 방지 시스템 분석'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담배 불법 유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제적 수준의 조기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담배는 크기나 무게에 비해 고수익을 남길 수 있어 제품의 추적을 통해 세심한 관리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담배와 관련된 통합 정보 시스템이 없어 정부와 수사기관 등이 담배 제품을 추적하려고 할 경우 실시간 추적이 어렵다는 점도 꼬집었다. 보고서에는 최근 검찰이 발표한 'KT&G 면세 담배 밀수' 사건과 닮은꼴 사건도 소개됐다.

이 사건은 2009년 부산에서 밀수사범들이 필리핀에 면세 담배 70여만갑을 수출하겠다고 세관에 신고한 뒤 실제 수출않고 국내로 불법 유통한 사건으로 KT&G 사건의 축소판이자 예고편이었다.

결국 기재부가 보고서를 통해 KT&G 사건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도 수수방관한 셈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보고서는 담배규제기본협약(FCTC)과 관련, 기재부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 당시에는 면세 담배 불법 유통의 심각성에 대해 크게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기재부와 관세청 등은 KT&G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국산 면세 담배가 국내에 불법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면세 담배 사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