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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년 들어 개항장 일대는 카메라를 들고 근대 건축물들과 골목길을 찾아다니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화사에서도 홍예문 일대의 송학동과 청관이 있는 북성동에서 촬영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얼마 전 영화 촬영을 한다고 자택까지의 도로를 잠시 폐쇄해 놓았기에 현장에서 감독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인천 중구 구도심만큼 20세기 전반의 분위기가 아직도 살아있는 곳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고 그는 단언했다.

▶도시의 외관이 20세기 전반부에서 정지된 것 같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발전이 정지돼 있었다는 부정적 의미도 있지만 그 자체가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을 것이다. 파리나 런던 그리고 로마나 암스테르담 같은 대도시에서 길거리의 자동차만 못 다니게 해놓으면 수세기 전을 무대로 한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은 그들 도시들이 간직하고 가꾸어온 과거가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소래포구 이야기' 라는 테마전을 시작으로 2000년대부터는 '인천 근대건축풍경'을 통해서 근대 건축물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작업을 꾸준히 계속해온 김재열(인천 예총 회장) 화백의 '개항장 인천의 풍광전'이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필자가 70년대부터 수집해왔던 옛 인천의 사진·그림엽서를 바탕으로 근대건축물과 개항장 거리의 모습을 화폭에 재생시켜온 김 화백의 작품들을 둘러보면서 한 예술가가 어느 도시의 인상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43년 전 젊은 시절에 자유공원에서 인천항을 바라보며 스케치를 했던 기억을 계속 간직하면서 인천의 다양한 모습 등을 화폭에 담는 일을 평생의 목표로 삼아왔다는 김 화백의 눈을 통해서 제작된 작품에서 인천에 대한 그의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

▶전시회를 관람하는 동안 만난 GCF(녹색기후기금)의 상주간부들은 인천에도 이런 건물들과 길거리가 있느냐고 놀라워하고 있었다. 고층건물과 아파트단지만 가득 들어선 송도에서 근무하는 그들에게 인천은 뉴욕이나 두바이 같은 도시로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 화백의 이번 전시회는 균형 잡힌 도시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었다.

/언론인